미방위, 이번엔 '고삼석法' 논란

입력 2014-04-30 21:06   수정 2014-05-01 04:09

법제처 "경력 부족" 부적격 판정
여야, 자격조건 완화 개정안 통과

방송법·원자력방호법 등 밀린 법안 37건 뒤늦게 처리



[ 이태훈 기자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한 고삼석 방송통신위원 후보자를 위해 법까지 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제처는 야당이 추천한 고 후보자가 방송·통신 관련 경력이 부족하다며 부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미방위가 보다 광범위하게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수정한 것이다.

미방위는 30일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개정안을 마련했고 새누리당도 야당이 미방위 정상화에 합의한 만큼 반대하지 않았다. 야당이 방송법 개정안에서 ‘민간방송사도 노사 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빼자는 여당 주장을 받아준 대신 이른바 ‘고삼석법’을 관철한 모양새다.

방통위원 자격 기준은 방송·언론·정보통신 관련 분야에서 △부교수 이상 직급 15년 이상 경력자 △2급 이상 공무원 △단체·기관 15년 이상 경력자 등이다. 고 후보자의 경력은 국회의원 비서관과 보좌관(3년11개월), 미디어미래연구소 선임연구위원(5년4개월), 입법보조원(2년10개월), 대통령비서실 행정관(5년2개월),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시간강사(3년5개월)·객원교수(1년10개월) 등이다. 법제처는 보좌관, 행정관, 시간강사, 객원교수 경력은 자격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고 박 대통령은 고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포괄 규정’을 신설, 관련 분야에서 상당한 경력이 15년 이상 있다면 방통위원이 될 수 있게 했다. 국회 관계자는 “특정인을 위해 법을 고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여야 간 정치적 야합에 따라 탄생한 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9월 정기국회 이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식물 상임위’라는 비난을 받은 미방위는 이날 37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감독·규제 권한을 확대하는 ‘원자력안전법 개정안’, 여당이 지난 3월 박 대통령의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처리를 요구한 ‘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안’,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도입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 등이 미방위를 통과했고 2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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