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기자 ]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인수 재추진 소식이 들리면서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화이자는 통합지주회사를 영국에 두고 연 600억파운드(약 104조106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미국 대신 영국에 내겠다는 계획이다. 영국의 법인세율은 21%로 미국(32.8%)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미국은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거둔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는 경우 과세하지 않는다. 이언 리드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인수가 성사되면 27%의 법인세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뿐만 아니다. 최근 미국 제약업계는 잇따라 유럽행을 택하고 있다. 주로 현지 제약사를 인수합병(M&A)한 뒤 본사를 이전하는 방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 애플 등 미국 정보기술(IT)기업에 이어 제약사까지 ‘절세 효과’를 노리고 유럽, 특히 아일랜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최근 몇 년 새 엔도헬스솔루션스, 포레스트랩스, 액타비스, 페리고 등 미국 제약사가 잇따라 아일랜드 회사에 투자했다. 엔도는 본사 이전 후 연 7500만달러의 세금절약 효과를 보고 있다. FT는 제약업계가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면서 이 같은 행보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113년간 미국에 본사를 뒀던 미국 최대 약국체인 월그린 주주들은 최근 본사를 유럽으로 옮겨 수익을 더 올리라고 경영진을 압박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기업이 높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에 쌓아둔 현금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9470억달러(약 978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내 법인세 문제는 정계와 재계 갈등을 일으키는 ‘단골 이슈’다. 미 재무부와 정치권에서 기업의 조세회피 관행으로 인한 세입 손실이 막대하다는 비난을 쏟아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M&A를 통한 조세 회피를 법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외 피인수 기업의 합병 회사 지분이 20% 이상이면 본사 이전이 가능하지만 정부는 이 기준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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