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78) 순환출자의 의미

입력 2014-04-30 21:20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얼마 전 삼성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해 소유 구조를 개선하려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순환출자란 무엇이고 이를 해소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자.

출자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자본을 내놓는 것을 말한다. 부동산이나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도 출자가 될 수 있는데 새로 설립되는 회사의 주식을 사거나, 자본금을 늘리려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사는 것이 대표적인 출자다. 순환출자는 회사들이 출자한 결과 처음과 끝이 구분되지 않는 고리 모양의 출자 관계가 만들어진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A회사가 B회사에 출자를 했고 B회사가 C회사에 출자를 했는데, C회사가 다시 A회사에 출자하면 A, B, C회사들은 순환출자 관계에 있는 것이다.

순환출자가 문제가 되는 경우 중 하나는 자본금의 규모가 실제보다 크게 계산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개인 주주가 100억원을 A회사에 출자하여 회사를 설립한 후 B회사에 50억원을 출자하고, B회사가 C회사에 30억원, C회사가 다시 A회사에 10억원을 출자한다면 A회사의 자본금은 110억원이 된다. 그러나 A회사가 부도가 난다면 주주의 실제 손실은 100억원이다.

자본금이 부풀려져서 악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는 회사가 대출을 받고자 할 때다. 돈을 빌려주는 측, 예컨대 은행에서는 대출 결정을 할 때 회사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를 검토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자본금이다. 자본금이 많다면 회사가 잘못됐을 때 주주 손실이 크니 회사가 신중하게 경영이 되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본금이 과장된 것일 수 있다면 은행은 대출을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B회사나 C회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순환출자 상황에서는 누가 궁극적인 주주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특히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 소유 구조가 정기적으로 공개돼 자본금 과장이 악용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부각되는 문제점은 위의 예에서 애초에 100억원을 출자한 개인 주주가 A, B, C회사 모두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A회사가 B회사에 출자한 50억원 중에는 대출받은 돈이 섞였을 수 있고, B회사가 C회사에 출자한 30억원에는 B회사 다른 주주들의 자본금이 포함됐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회사와 B회사가 각각 B회사와 C회사의 대주주라면 A회사 대주주인 그 개인이 세 회사 모두에 큰 권한을 갖는 것이다. 순환출자일 때 소유 관계는 복잡해져 개인 대주주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의 최대 기업집단이 소유 구조를 개선한다니 다행한 일이다. 기업집단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일거에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이를 계기로 경쟁력 제고에 더욱 역량을 모으고 더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받아 그 이상의 도약을 계획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일기를 기대한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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