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쇼크 서민 일자리 삼켰다] 5월 대목 수학여행 올스톱…불국사 주변 숙박업소 500명 실직

입력 2014-05-01 20:51   수정 2014-05-02 03:55

관광·여행업계 영업 포기상태

2013년 봄 5만8000명 찾은 경주, 2014년은 '텅텅'
유스호스텔·식당·전통시장 등 지역경제 마비



[ 유승호 / 김태현 / 김덕용 기자 ]
“저녁 때가 돼도 간판에 불도 안 켜 놓습니다. 영업을 아예 안 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강원 속초시 설악동에 있는 시드니유스텔의 하상석 대표는 1일 “세월호 사고 이후 수학여행을 비롯한 4~5월 숙박 예약이 한 건도 남김없이 다 취소됐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지방의 유스호스텔, 모텔 등 숙박업소와 주변 식당, 전통시장 등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하나같이 서민 경제와 밀접한 분야다. 수학여행 등 단체여행과 지역 축제가 줄줄이 취소된 탓이다. 정부가 관광객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는 것과 별개로 서민 경제와 밀접한 관광산업을 살릴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주 제주 설악산 등 주요 수학여행지는 지역 경제가 마비될 지경이다. 경주 불국사 주변은 매년 이맘때면 수학여행객을 비롯한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지역 숙박업계 관계자들이 “4~5월 바짝 벌어 1년 동안 먹고 산다”고 말할 정도로 4~5월은 1년 중 최대 성수기다.


그러나 올해는 이 시기를 빈손으로 보내고 있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난달 중순부터 예약 취소가 잇따랐다. 지난해 봄 이 일대 30여개 숙박업소에는 180여개 학교, 5만8000여명이 수학여행을 다녀갔다. 올해는 지난달 30일까지 6개 학교에서 1900명이 다녀간 게 전부다.

세월호 사고의 여파는 숙박업소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 업소에 식자재 등을 판매하는 주변 전통시장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박시정 불국사숙박협회장은 “성수기에는 1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머물면서 하루 세 끼를 이곳에서 먹는다”며 “수학여행객이 끊기면서 지역 경제 전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등이 이어지는 5월 황금연휴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에덴스호텔은 1~5일 객실 예약률이 60%에 불과하다. 연휴 특수는커녕 평소 주말 수준에도 못 미치는 예약률이다. 원래 예약률이 90%를 넘었지만 세월호 사고가 난 뒤 3분의 1 정도가 취소됐다. 에덴스호텔 관계자는 “학교 교회 공공기관 등에서 오는 단체여행은 전부 취소됐다”고 말했다.


지역 축제가 취소된 여파도 크다. 부산 기장군은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대변항 일대에서 예정됐던 ‘기장 멸치축제’를 열지 않았다. 기장 멸치축제는 지난해 관광객 100만명이 몰렸던 큰 행사다. 한 상인은 “작년보다 멸치회 미역 다시마 등을 10% 더 확보해 놓았는데 완전히 망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한우 기장멸치축제위원장은 “기대를 많이 했는데 날벼락을 맞았다”며 “손님 발길이 끊겨 횟집과 판매장은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전남에서는 2~11일 열릴 예정이던 ‘함평 나비축제’와 4일 예정된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 자선 달리기 행사가 취소됐다. ‘담양 대나무축제’와 ‘장흥 키조개축제’는 각각 6월과 10월로 연기됐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대구시는 지난달 24~27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대구·경북 국제관광박람회’를 취소했다. 행사장인 엑스코 임대료 7000만원과 초청인사 항공요금 등으로 이미 수억원을 지출했지만 행사 수입은 한 푼도 못 건지게 됐다. 행사를 취소함에 따라 참가 업체에서 받은 참가비 일부도 보상해줘야 한다. 함평군 관계자는 “나비축제가 주요 재정 수입원이었는데 행사가 취소돼 군 재정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것과는 별개로 서민 경제를 살릴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 진현동 계림유스호스텔의 최도병 관리실장은 “시·도 교육청 지침이 없었어도 수학여행이 취소됐겠지만 교육청이 일괄 금지령을 내린 것은 관련업 종사자가 봤을 때 지나친 조치”라고 말했다. 박시정 회장은 “이대로 한 달만 더 가면 부도나는 중소 숙박업소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공공기관도 일상적인 수준의 출장·여행은 금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유승호/부산=김태현/대구=김덕용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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