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기업, '경계없는 전쟁' 시작됐다

입력 2014-05-02 07:01  

LGERI 경영노트

치열한 글로벌 경쟁속
이종 소재간 '벽' 허물어져
소재간 병합·기술 혁신 통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진화



소재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소재 산업은 최종 수요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력자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소재 산업의 위상이 달라지고 소재 기술 혁신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재 기업 간 경계가 약해지면서 이종 소재 간 복합·접합된 소재도 부상하고 있다.

소재 혁신의 배경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소재업체들은 글로벌 저성장 속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이 필요해졌다. 글로벌 소재업체들은 신흥국으로 시장 확장, 자동차 부품 시장으로 용도 확장, 금속·바이오 등 기술 확장을 통해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있다. 소재업체들은 기존 소재 외에 다른 소재 영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두 번째, 수요 산업이 성숙해지면서 소재 혁신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예를 들어 과거 자동차 산업에서는 충격에 강한 고강도 철강 소재가 사용됐다. 하지만 연비 규제, 소비자들의 고연비 차량 선호로 플라스틱 경량화 소재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 두 가지를 넘어 안전하고 가벼우면서도 고강도인 소재가 요구된다. 그 결과 탄소섬유와 플라스틱 복합재료 등이 자동차산업에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 대표 철강업체다. 하지만 40년 이상 키워온 철강 이외에 고순도 알루미나, 이차전지용 소재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2008년 창립 4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비철강부문 고부가가치 소재산업 분야를 강화해 2018년 매출 35%를 여기서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10년엔 계열사인 포스코엠텍이 고순도 알루미나 사업에 진입했다. 고순도 알루미나 사업은 정제, 소성 등의 기술이 주로 필요하다. 이는 기존 알루미늄 제련 기술과 전혀 다르다. 사업 측면에서도 고순도 알루미나는 주로 정보기술(IT)기기, 전자재료 등에 사용돼 성격이 달라진다.

포스코는 2010년 계열사인 포스코켐텍을 통해 탄소소재와 리튬 이차전지용 소재 사업에도 진출했다. 2010년 LS엠트론의 이차전지 음극재 사업부를 인수한 데 이어 2012년 일본의 도카이카본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 대표 무기 소재업체로 새로운 발걸음을 디뎠다.

소재 산업은 더 이상 유기, 무기, 금속, 바이오로 나누는 의미가 없어지며 하나의 소재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재업체들은 한 분야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는 과거와 같은 성과를 누리기 힘들어질 것이다. 다양한 소재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들이 더 많아지고 그들의 기술력 또한 발전할 전망이다.기존 소재들은 이종 기술과 혁신을 기반으로 더욱 고부가가치로 진화할 것이다. 이로 인해 혁신 소재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소재업체들의 장밋빛 미래를 뜻하진 않는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핵심적인 성공요소도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술 기반과 역량을 보유한 국내 소재업체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공동개발,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다.

이윤하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lee.younha@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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