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에서 송글송글 에센스 물방울이 맺히는 순간 홈쇼핑 콜(전화) 수가 치솟죠. 우연한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덕에 히트상품이 나왔습니다."
애경은 홈쇼핑에서 '에이지 투웨니스(AGE 20’s)'로 '대박'을 쳤다. 고농축 에센스가 함유된 팩트 타입 파운데이션 '에센스 커버 팩트'가 방송 1회 당 평균 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제품은 작년 9월 출시 후 특이제형이 화제가 되면서 매출 90억 원을 올렸다.
제품 아이디어를 낸 이주현 애경 화장품 마케팅팀 BM(브랜드매니저)는 "타사의 특이제형 비누가 깨지면서 물방울이 발생한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며 "30~40대 여성 대상 화장품 보습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이를 제품에 바로 적용했다"고 소개했다.
유통업계 히트 상품은 우연한 경험을 계기로 탄생한 경우가 많다.
아모레퍼시픽의 최경호 기술연구원 메이크업연구2팀장은 안정성과 휴대성을 겸비한 자외선차단제 케이스를 고민하던 중 주차티켓을 보고 무릎을 쳤다. 액체가 흐르지 않고 균일하게 발린다는 점에서 주차 티켓에 찍힌 확인 도장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연'을 '기회'로 만드는 데는 노력이 필요했다.
아모레퍼시픽 연구진은 화장품에 맞는 스펀지를 구하기 위해 사인펜 제조업체와 인형공장 등을 찾아 발로 뛰었다. 이렇게 구한 발포 우레탄 폼에 고유의 제형 안정화 기술을 적용한 내용물을 담아 스탬프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어냈다.
아모레퍼시픽의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쿠션 파운데이션'이 탄생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다양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를 통해 총 1260만 개가 팔려 3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우연하게 얻은 듯 보이는 아이디어도 실무자들의 노력의 결과다. 실무자들이 계속 뇌리에 남겨 둔 문제가 어느 순간 계기를 만나 히트제품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특유의 창의적인 작품 비결에 대해 '기록'과 '숙고'를 꼽았다. 배 교수는 "물을 제때 주지 못해 화초를 죽였던 친구에 대해 써놓은 일기가 물이 부족하면 조금씩 기우는 '롤리폴리 화분'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며 "술을 마실 때, 거리에서 마주친 그래피티를 통해 찾아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기획한 제품이 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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