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선 자문 대우증권...국제 금융 시장서 자금 조달
이 기사는 05월02일(15:5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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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생산한 전기를 중국이 사간다’. 2005년 후진타오 전 주석이 나서 몽골과 맺은 ‘몽·중 석탄 전력 분야에 대한 협력 계약’의 골자다. 이제껏 실현되지 못했던 이 구상이 BKB라는 한국 중소 업체 덕분에 첫 삽을 뜨게 됐다. 6000MW급 발전소를 짓는 것으로 12조원 규모 프로젝트다.
29일 BKB와 몽골 에너지 공기업인 에르데네스 MGL(이하 EMGL)은 울란바토르 컨티넨탈 호텔에서 ‘시베 오보(shivee ovoo)’ 광산 개발 및 발전소 건설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EMGL사는 타반톨고이 광산 등 몽골 내 15개 전략 광산을 소유한 몽골 최대 에너지 국영 기업이다.
MOU를 통해 BKB컨소시엄은 발전소의 원료인 유연탄을 매장량 10억t 규모의 시베 오보 광산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6000MW급 석탄화력발전소와 디메틸에테르(DME, 석탄에 촉매를 더해 만든 액화천연가스(LNG)와 비슷한 에너지) 시설을 짓는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기본 구상이다. 전기는 중국전망(電網)이 사가고, 가스는 울란바토르시에 공급할 계획이다.
정시우 BKB 회장은 “이제부터 타당성 조사(F/S)를 진행해 발전소 완공까지는 5~6년이 걸린다”며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한국 기업이 먼저 기회를 따냈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어름볼드 비암바 EMGL 부사장은 “BKB의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해야 후속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몽골 협력 사업 중 최대 규모인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엔 BKB를 비롯해 국내 발전용 보일러 제조업체 A사와 금융 주선 자문을 맡은 대우증권이 포함돼 있다. 한국전력도 타당성 조사가 끝나는대로 O&M(운영 및 관리) 업체로 컨소시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에 의뢰해 앞으로 약 6개월 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뒤 이를 바탕으로 몽골 정부로부터 정식으로 사업권(라이선스)를 받을 예정”이라며 “공사비 등 자금은 중국을 포함해 국제 금융 시장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규모가 워낙 큰 데다 2005년에 맺은 몽·중 협약을 실현하는 첫번째 사업이어서 중국, 일본 업체들과의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 “몽골에서 국책 사업을 중국에 맡기는 것은 정서상 어렵다”(이희상 KOTRA 울란바토르 무역관장)는 점과 “일본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중국이 전기를 사가지 않을 수 있다”(정시우 회장)는 우려 덕분에 BKB컨소시엄이 기회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 내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몽골 서부 광산에 화력발전소를 짓는데 총 300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비암바 부사장은 “오는 8월 중국 시진핑 주석이 몽골을 방문해 양국간 전기 공급 가격 및 기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k/hr당 6센트를 요구하는데 비해 몽골 정부는 7센트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 정부가 달러 부족으로 디폴트 위기에 처한 상황”(이희상 관장)이라 협상은 수월하게 끝날 전망이다.
BKB컨소시엄이 따낸 이번 프로젝트만해도 발전소 시공은 중국 기업들이 주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중국이 전력 구매자라 전체 공사의 70%를 중국쪽에 달라고 하고 있다”며 “다만 O&M 만큼은 한국 기업이 가져가도록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BKB는 작년 9월에도 BHI, 선도전기 등 중소·중견기업으로 이뤄진 한국 컨소시엄을 구성해 텝신고비 광산을 활용한 600MW급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250㎞ 떨어진 곳에 있는 광산으로 광물자원공사가 투자여건조사 작업을 진행 중이며, 다음달에 보고서가 나온다. 정 회장은 “텝신고비, 시베 오보 외에 2400MW급 발전소 건설을 하나 더 추진 중”이라며 “3개 지역 모두 중국과 철도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7년간 몽골을 200여 회 오가며 100억원 가량의 초기 사업비를 쏟아부었다”며 “이제야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란바토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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