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쏠림이 약점…추가상승 글쎄"
[ 윤정현 기자 ] 1분기 호실적에 SK하이닉스 주가가 날개를 달았다. 지난달 24일 실적발표를 전후로 주가가 급등하며 2일 현재 4만650원까지 치고 올라왔다. 시가총액도 28조8697억원 규모로 현대모비스를 따돌리고 3위 자리를 굳혔다. 계절적 비수기에 이룬 고무적인 성과에 증권사들이 내놓은 2분기 전망도 밝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의 반등 여부가 확실치 않은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1조5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 추정치인 97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233.6%나 불어났다.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작년 3분기 이후 두 분기 만이다. 영업이익률도 28%로 전분기(23%)보다 높아졌다. 모바일 기기 수요가 줄어드는 계절적 비수기에 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2분기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현물 가격이 소폭 반등한 데 이어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시작으로 고정거래가 인상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목표 주가를 4만원대 후반으로 올려 잡았다.
안성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2분기에도 매출 3조9500억원, 영업이익 1조1700억원으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25나노 D램 비중을 늘려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도 “D램 가격이 지금 수준만 유지돼도 주가에 보탬이 된다”며 “모바일 기기 수요 회복에 맞춰 모바일 D램 생산 비중을 지난 분기 20%대에서 30% 중반으로 확대한 만큼 안정적인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D램에 쏠린 사업구조는 약점으로 지적된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제품별 매출 비중은 D램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낸드플래시 매출은 17%, 나머지 기타 매출은 3%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에는 D램이 73%, 낸드플래시가 23%였다. 갈수록 D램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 1분기에도 낸드플래시 시황은 악화됐지만 D램 사업이 빈자리를 채웠다.
그런 만큼 D램 가격이 떨어지면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사업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이유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현물가격 회복 추세가 반짝 상승에 그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고가 스마트폰 비중이 낮아지면서 휴대폰 제조사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D램 가격 하락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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