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끝나지 않는 '감원 광풍'…성장없는 구조조정 언제까지

입력 2014-05-05 05:23  

[ 권민경 기자 ]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몰아친 감원 광풍은 봄기운이 스며들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화, KTB, SK증권 등이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도 삼성증권, 동양증권, 하나대투증권 등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한맥투자증권의 경우 예상치 못한 사고로 사실상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돼 긴장감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증권시장의 불황이 계속되는데다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되고 있어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증권사 인력이 줄어들자 일부에서는 '사람'이 생명인 업황 특성 상 중장기 수익에 오히려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증권사 직원, 작년 한해에만 2700명 줄어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25곳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3만1534명) 이후 최저 수준인 3만2225명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직원 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만2235명)부터 2011년(3만5204명)까지 3년 연속 늘어났다.

그러나 재작년에 감소 추세로 돌아서 2012년 말 기준 3만4919명, 다시 지난해 말 3만2225명으로 줄어들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만 2700명에 가까운 증권사 직원들이 회사를 나온 것이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KTB투자증권의 직원 수는 재작년 말 519명에서 358명으로 31% 감소했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직원 수가 1704명에서 1308명으로 23.2% 줄었다. 유화증권, HMC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작년 한해 직원 수가 7~15% 가량 감소했다.

대형사인 삼성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더욱 강도높은 2차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김석 사장이 이례적으로 직원 대상 '경영 설명회'를 갖고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작년 7월 130여명의 직원을 삼성전자, 삼성카드 등 계열사로 전환배치하는 형태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어 최근 300명 안팎의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달 17일 6년 만에 구조조정에 나섰다. 입사 3년이 넘은 부부장 이상급과 7년 미만 차장 이하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008년 하나증권과 대투증권의 합병 과정에서 일부 직원을 감원한 이래 처음이다.

동양증권도 올 초 600명을 감원했다. 대만 유안타증권에 매각되기에 앞서 선제적인 구조조정 일환으로 풀이된다.

◆ M&A 속도…연내 10여개 증권사 사라질 듯

올해는 M&A를 통한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증권 외에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증권으로의 매각을 마무리지었다. 현대증권 매각도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아이엠투자증권, LIG증권 등도 매물로 나와있다.

M&A가 완료되면 올해 안에 최대 10개에 달하는 증권사가 문을 닫거나 간판을 바꿔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구조조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증권사들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투자은행(IB), 자산관리 등 '맨파워'(인력)를 기반으로 하는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잇단 구조조정으로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A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업계에서 일어나는 구조조정 행태를 보면 안타깝다"며 "금융, 특히 증권업의 경우 일반 제조업과 달리 실체가 없는 자산을 가지고 사업을 하기 때문에 사람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일할 인력이 없어져서 수익 악화가 온다기 보다는 없어진 인력만큼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기업 생산 활동을 위한 3가지 필수 자원인 자본, 토지, 인력 중 증권업은 자본과 인력만 있으면 되는 산업"이라며 "타산업과 비교해 인건비 비중이 손익에 차지하는 영향이 제일 크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조정 할 때 가장 먼저 손을 대는 부분도 인건비라는 것.

이 관계자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단기 성과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수한 인재 확보가 더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C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상황이 어려워질 때 인력 외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비용이 거의 없다"며 "최근 들어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처리되는 것이 많아지면서 지점 또는 인력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반대로 상황이 좋아지면 새로운 인력을 바로 투입한다는 것도 증권업의 장점이라는 설명.

정재만 숭실대학교 금융학과 교수는 "호황기에 직원을 늘리고, 불황기에 직원을 줄이는 방식은 결국 증권사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인력만을 계속 줄이게 되면 시스템에 의존하는 '브로커리지펌'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정혁현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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