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박병석 부의장의 훈수…실리에 명분을 얹다

입력 2014-05-05 10:30  


(이호기 정치부 기자)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9월 국회로 넘어온 정부 원안은 여야 정쟁의 핵심 이슈가 됐고, 나중엔 야당을 ‘콩가루 집안’으로 만든 갈등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은 강경파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졌습니다.

기초연금 처리는 사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후퇴, 복지 범위를 둘러싼 여야 의견 차이, 국민연금과의 연계 문제 등 그렇잖아도 복잡한 연금복지 이슈가 얼키고 설켜 있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야당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며 사표를 던졌을까요. 야당의 대표적인 반대론자인 이목희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가 대통령의 소신이라면 이를 수용할 수 없는 것은 이목희의 양심”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기초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정치적 ‘실리’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도부가 여당 절충안을 수용하고, 당내 반대파를 설득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입니다.

하지만, ‘꿈쩍’도 않던 반대파를 돌려세운 것은 김·안 공동대표의 리더십도, 정치적 이해득실도 아닙니다. 바로 국회부의장이자 당내 중진인 박병석 의원의 무릎을 치게 하는 ‘훈수’가 한 몫을 했습니다. 정부안 뿐만 아니라 야당측 법안을 함께 상정시켜, 명분을 실어준 게 강경파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입니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9월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 지급액을 월 10만~20만원으로 차등화하는 안을 마련했지요.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고, 당초 공약대로 65세 이상 노인 전체에 월 20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정부가 재정 문제 때문에 정 어렵다면 ‘국민연금 연계’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마지노선을 정했지요.

여야 간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는 아예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고요. 올 들어서도 수차례 협상이 열렸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지방선거 전까지 이 문제를 털고 가자는 방침을 세우고 당내 강경파 설득에 나섭니다. 마침 여당 측에서도 ‘국민연금 연계’만 수용해 준다면 수급액 3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 대해선 20만원 전액 보장하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했지요.

지난달 16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새정치연합이 첫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해 무기한 연기했죠. 그러다 이번주에만 4월 28, 29일, 5월 1, 2일까지 의총을 4차례나 열어 이 문제를 집중 토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 130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두 번이나 실시했고 찬성 의견이 63표로 반대 의견(44표)보다 훨씬 많았음에도 강경파 의원들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지요. 그러다 지난 1일 의총에서 4선 중진인 박병석 국회 부의장이 기발한 제 3안을 내면서 실마리가 차츰 풀리기 시작합니다.

내용인즉슨 여당과의 절충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리되 기존 새정치연합 당론도 수정동의안 형식으로 함께 상정하자는 것이지요. 국회법 95조에 따르면 의원 30명 이상의 찬성으로 어떤 의안에 대한 대안적 성격의 ‘수정동의안’을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초연금 여야 절충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보건복지위)와 법제사법위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면 이에 대한 수정동의안(새정치연합 당론)부터 먼저 표결하는 것이죠. 실제 이날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수정동의안은 부결되고 이어 여야 절충안이 통과됐지만 야당 측은 끝까지 소신을 지켰다는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같은 아이디어로 일부 강경파를 제외하고 대다수 의원들은 당 지도부와 뜻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복지위원이기도 한 강경파 의원들이 막판에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지요. 상임위원 3분의 1 이상(7명) 찬성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로 활동기간(90일) 만큼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당 지도부의 설득으로 일부 상임위원이 반대로 돌아서면서 안건조정위 카드도 결국 무산됐지요.

그동안 언론에서는 기초연금 논란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당내 리더십을 시험하는 장으로 간주해 온 게 사실입니다.

다행히 박 부의장이 낸 아이디어가 호응을 얻으면서 김·안 두 대표의 어깨에 놓여 있던 무거운 짐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게 됐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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