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민 기자 ] 황금연휴가 시작된 1일 저녁 6시께 롯데 아웃렛 서울역점 4층. 대목이 시작된 휴일이었지만 아웃도어 매장들은 한산했다. 노스페이스 매장에선 40~60% 할인 제품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을 걸어 판촉에 나섰지만 한두 명의 고객만 눈에 띄었다.
고객들은 이월상품을 모아놓은 매대 근처만 맴돌았다. K2 매장에 들어선 한 여자 손님은 남성용 상의를 만지작거리다 점원이 "거기는 정상상품이예요"라고 말하자 몸을 돌려 나갔다.
2일 오후 낮 1시반 신세계백화점 본점 8층 아웃도어 매장. 고객이 있는 매장은 10곳 중 4곳에 불과했다. 라푸마, 마무트, 몽벨, 블랙야크 등 절반 이상의 브랜드 매장은 손님이 없어 점원들만 매장을 지켰다.
아웃도어 업계의 매출 증가세가 올 2분기 들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매출 증가 기조는 이어지고 있으나 힘이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다른 의류업계보다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도 세월호 참사 여파 등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이 백화점의 4월 아웃도어 부문 매출 증가율율은 1분기 9.7%보다 4.0%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2,3분기에 20%대를 유지하던 매출 증가율은 작년 4분기에 10%대로 하락했고, 올 들어서도 계속 내리막이다.
현대백화점의 4월 아웃도어 매출 증가율도 3.8%에 그쳐 올들어 하락세가 뚜렷하다. 롯데백화점은 12.2%로 전 분기보다 0.6%포인트 개선됐으나 20~30%대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많이 못미쳤다.
1분기에는 날씨가 복병으로 작용해 매출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따뜻한 날씨로 연초 다운(패딩) 제품 판매가 부진했고, 바람막이 등 봄 상품 매출도 예년에 못 미쳤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고전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스페인 브랜드 터누아를 운영하던 라페스포츠는 올 2월 부도를 내고 화의 신청을 했다.
이랜드그룹은 영국 브랜드 버그하우스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올 상반기까지 매장을 모두 닫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LS네트웍스가 스웨덴 브랜드 '피크 퍼포먼스' 사업을 정리했다. 아웃도어 멀티숍 '웍앤톡' 사업도 중단했다.
대형 브랜드의 매장 축소 소식도 전해졌다. LF가 운영하는 브랜드 라푸마는 최근 1년간 수익성이 떨어지는 백화점 매장 15곳을 정리했다.
아웃도어 업계에선 5월 매출을 주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5월이 선물 수요가 몰려있는 대목이고, 6월부터는 아웃도어 의류도 비수기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이달도 녹록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의 마케팅 행사가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등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타격이 어느정도일지 이달 매출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형진 칸투칸 홍보그룹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경기가 위축되면서 아웃도어업계도 악영향을 받은 상황" 이라며 "통상 상반기 매출의 최고조를 이루는 5월 매출이 각 브랜드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상위 브랜드의 경우 1분기까지 매출 증가율이 비교적 견고했다" 며 "올해도 10개 내외의 '뉴페이스'들이 등장하겠지만 차별화되지 못하면 버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올해 8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를 전년 6조9000억 원보다 16% 늘어난 8조 원선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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