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원 떨어지면 현대·기아차 이익 2000억 감소

입력 2014-05-07 21:00   수정 2014-05-08 04:30

뉴스 & 분석 - 수출기업 '換리스크' 초비상

1弗 1050원 예상한 사업계획 다시 짤판
조선, 가격 경쟁력 떨어져 수주 큰 타격



[ 서욱진 기자 ] 환율 하락에 수출 대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서다.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 영업이익 등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올해 원·달러 환율을 1050원(연평균)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말 30대 그룹 주력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4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 환율 평균 전망치는 1069원90전이었다.

7일 원·달러 환율이 102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급락하자 기업들은 외환시장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향후 수익에 미칠 영향 분석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등 수출 기업 비상

환율 하락은 해외로 수출하는 제품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가령 100만원짜리 제품을 팔 때 원·달러 환율이 1050원이면 달러로 환산한 가격은 952달러이지만, 1000원이면 1000달러가 된다. 수출 가격이 인상되는 효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환전했을 때 쥐게 되는 원화도 줄게 된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자동차와 조선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수출 비중이 80%에 달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현지 생산 등으로 리스크를 많이 줄였지만 지금처럼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수출 업종인 조선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은 수주 당시의 환율과 건조 대금을 받을 때의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환헤지를 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수주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를 저가 수주해 실적 우려가 커진 상황이어서 수주 물량이 급감할 수 있다.

유화 업계도 비상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원재료인 원유를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으로 비용은 조금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수출 비중이 70%에 달해 타격이 더 크다. 화학 쪽 사정도 다르지 않다. LG화학 관계자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수출이고 이 가운데 90%가 달러로 결제된다”며 “환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업종은 반사 이익도 기대

글로벌 생산 및 판매 체계가 잘 갖춰진 전자 업계는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부터 환헤지는 물론이고 환율에 대해 단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 수출 가격이 상승하면 그만큼 수입해 들여오는 부품 등의 가격이 떨어져 자연스러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달러 유로 등 결제 통화가 모두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철강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포스코의 경우 수출 비중은 40%이지만 원재료인 철광석 수입 비중은 100%에 이른다. 원료 조달비용 감소 효과가 매출 하락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수혜를 볼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리면 포스코 영업이익은 475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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