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어1·2 디자인 담당한 송준용 책임 "줄자 들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손목 잡았죠"

입력 2014-05-07 21:44   수정 2014-05-08 03:44

[ 김보영 기자 ] “웨어러블 기기의 표준에 대해 나와 있는 자료가 하나도 없었어요. 직접 가이드를 만들어가며 작업했죠. 고생스러웠지만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기쁨이 더 컸어요.”

삼성전자에서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1·2 제품 디자인을 담당한 송준용 책임(사진)은 최근 삼성전자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기어1 제작 과정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의 ‘기어’ 라인업은 지난해 8월 기어1 첫 출시 이후 대표적인 웨어러블 제품군으로 자리매김했다.

송 책임은 “시계는 여성용 남성용이 나뉘어 있고 다소 크더라도 패션 아이템으로 찰 수 있다”며 “기어 제품은 항시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성별 구분이 없는 제품이어서 성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표준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손목 둘레 표준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손목을 잡아보자고 조른 것은 물론 항상 줄자를 들고 다니며 손목을 쟀다. 송 책임은 “당시 손목 둘레, 본체 크기에 대해 발품을 팔아 조사하며 가이드를 만들어 작업한 통계와 노하우가 기어2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며 “기어2를 디자인할 때 기어1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만든 표준과 시장의 피드백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본체의 카메라 유무를 달리해 ‘기어2’와 ‘기어2 네오’ 두 제품으로 이원화한 것과, 가죽 우레탄 등 다양한 재질로 손목 밴드를 만든 것 등이 대표적이다. 송 책임은 “기어2 제품이 기어1보다 훨씬 발전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도 기어1은 당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1999년 일본 나고야예술대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같은 해 아사히신문이 주최한 가구디자인 공모전에 입선한 경력이 있는 그는 “하드웨어 기기와 가구 디자인은 다를 것 같은데, 공통점이 더 많다”며 “기능과 디자인 사이의 상충관계를 끊임없이 고려하며 최적의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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