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심 산·학·연 협력 절실
강남훈 <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nhkang@kicox.or.kr >
지난 3월 독일 ‘히든챔피언’ 밀레를 방문했다. 18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버터제조기에 이어 유럽 최초로 세탁기를 생산했고 이제는 진공청소기, 냉장고 등을 만드는 고급 가전제품 메이커로 성장했다. 근로자 11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 세계에 1만7000명의 근로자를 거느린 글로벌 기업이 됐다.
가족경영기업인 이 회사는 여러 특이점이 있는데 첫째, 품질제일주의다. 창업 때부터 ‘영원히 더 나은(forever better)’이란 모토를 내세워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세탁기는 기본적으로 20년 이상 쓸 수 있다고 한다. 둘째, 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밀레는 예전에 자체 기술력으로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까지 생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사업을 벌이려면 외부차입금이 많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사업을 접었다. 현재는 고급 가전제품에만 주력하고 있다.
셋째, 글로벌 시장 개척이다. 이 회사는 창업 때 로고를 지구본으로 선택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왔다. 생산제품 가운데 독일 내에서 팔리는 것은 30%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외국 고객이다. 유럽 전역은 물론 아시아, 미국 등 해외에 현지법인 등 다양한 판매망을 두고 꾸준히 글로벌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넷째, 우수기술 확보와 인력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력 양성체계와 훈련 시스템, 복지제도가 우수해 근로자 중에는 3대(代)가 같이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 또 25년 이상 근속자가 1만명에 달한다. 여성 근로자도 전체의 절반 정도 되는데 육아휴직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은 물론 사내 보육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매년 500명의 도제를 양성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끝내면 상당수를 정식 근로자로 채용한다. 도제들은 1주일 중 절반은 학생들과 같이 학교에서 수업하고, 절반은 밀레 공장에서 현장 학습을 한다. 학교와 기업이 연계되고 취업이 선순환되는 구조다. 산·학·연 협력체계가 공고해 연구개발(R&D)을 할 때는 다양한 국립연구소, 대학들과 협력하고 있다.
독일 경제의 성장엔진이자 저력, 밀레와 같은 히든챔피언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현장 중심의 인력양성, 산·학·연 협력체계 등 수많은 마차를 타고 전 세계 시장을 질주하고 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한국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남훈 <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nhkang@kicox.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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