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영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가 다음달 추가 부양책이 시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드라기 총재는 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연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다음달 새로운 정책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ECB는 현행 연 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후 6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지만, 지난달 이 지역의 물가상승률이 0.7%로 3월의 0.5%에 비해 소폭 올라선 것이 금리 동결 배경으로 분석된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정책위원들이 장기간 낮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 대해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며 “집행이사회가 다음번에는 수월하게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비전통적인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위원들이 만장일치의 합의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내달 발표되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낮은 물가상승률, 취약한 경제활동과 더불어 유로화 환율 강세를 ‘심각한 우려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날 유로화 환율은 2년6개월래 최고인 1.40달러 수준까지 치솟아 유럽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약화하고 동시에 저물가를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높였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으로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필요하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기준금리를 현행 또는 더 낮은 수준으로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BOE)도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로 묶고, 자산매입 규모를 3750억파운드로 유지하기로 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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