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제시문 (마)와 (바)는 기술 발전에 따라 나타나는 새로운 경제 현상에 대한 설명이다. (마)와 (바)를 비교하여 논하고, (마) 또는 (바)를 활용하여 제시문 (사)를 분석하시오. (700±100자)(2013학년도 홍익대 기출문제)
문제는 우선 (마)와 (바)를 비교(대립)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대립쌍에 맞춰 두 제시문을 만들어놔야겠지요. 그리고 나서 (마) ‘혹은’ (바)를 활용하라고 요구했으니, 이 둘 중 하나를 쓰라는 말이지요.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문제조건에서 ‘혹은’을 사용했는지 ‘각각’을 사용했는지에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이 정해지니까요. 여기서는 하나만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럼 하나를 선택해서 무엇을 하느냐? 그건 (사)를 설명하는 일이지요. 즉, (마)와 (바) 둘 중에 하나만이 (사)를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 (바)중 하나의 답을 찾아야 하지요. 이렇게 보면 이 문제는 우선,
(1) (마)와 (바)를 정확히 대립시킬 수 있는가?
(2) (사)를 (마) 혹은 (바)로 설명할 수 있는가?(=무엇과 같은 내용인가?)
를 물은 셈입니다. 이미 문제조건을 읽는 순간, 대략 어떤 식으로 구조가 나오고, 답안이 작성되어야 하는지 예측가능한 것이지요. 다만 이 문제에서 어려웠던 점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이런 것입니다. 제시문은 겉으로 보기에 다음과 같이 구분됩니다.
하지만, 틈새시장과 승자독식은 서로 대립되는 단어는 아니죠. 제시문이 그렇게 서술하고 있으나 이 부분은 다시 대립쌍에 맞게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어려웠던 부분이지요.
또 다른 문제를 하나 보겠습니다.
문제. 위 제시문들은 다문화사회에 대한 정책적 입장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비교하고, 이를 활용하여 (다)에 서술된 현상을 설명하고 비판하시오. (650~750자)(2012학년도 단국대 기출문제)
우선적으로 (가)와 (나)의 내용이 대립되는군요. 하지만, 그 앞에 붙은 문장도 잘 봐야 합니다. (가)와 (나)가 이미 다문화사회에 대한 정책적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는군요. 그 정책의 차이를 말하라고 했으니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말해야 합니다. 그게 출제자가 원하는 것이지요. (가)의 소재가 다문화주의, (나)의 소재가 동화주의라고 해서 ‘이건 다문화주의, 저건 동화주의네요’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낮은 수준의 답입니다. 그 둘의 차이를 물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이름만 다르다고 말해버린 셈이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비교라는 것은 어떤 기준에서 어떻게 방향이 대립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다)를 설명하고, 또 비판하라고 요구하는군요. 자, 그러므로 (가) (나) 중 한 개가 설명(공통관계)을 하고, 나머지 한 개가 비판(대립관계)을 하겠지요. 벌써 머리 속에 그 구조가 딱 그려져야 합니다. 다만 학생들이 난감해하는 것은 “(다)를 (가) (나) 다음에 바로 요약하나? 아니면 결론을 무언가 쓰고 요약하나?” 정도이겠지요. 뭐, 아무렴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이런 문제들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나 해답은 생글첨삭노트 교재를 참고해주세요)
◎ 복합문제유형의 변형 : 역방향 구조짜기
기본적인 구조 짜기 방식에 대해서 앞에서 말씀드렸지요. 언제나 그러했듯, 짜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언제나 좋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쓰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렇게 될 경우 자칫 분량이 넘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이런 문제를 봅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런 경우는 문제일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 제시문 (나)와 (다)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문 (가)의 주장에 대해 비판하시오.
만일 위의 문제의 분량이 800자라고 해봅시다. 아마 그렇다면 별 걱정없이 쓸 수 있을 겁니다. 제시문 3개인 경우이므로, 제시문 1개당 요약이 150자라고 하더라도 350자나 남거든요. 비판을 여유있게 할 수 있지요. 그럼 우리가 먼저 머리속에 생각하는 그 구조를 봅시다.
어떻습니까? 너무 복잡하지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무 중복됩니다. 만약 (나)와 (다)가 공통된다면 단순히 구조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주 복잡해집니다. 더군다나 여기에! 분량이 800자가 아니라, 600자 정도라면?! 분명 이 방식으로 해서는 제대로 비판을 살리지 못할 것입니다.
비판문제에서 비판의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여기서는 3번 문단만이 비판내용)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비판하기 문제에서는 비판의 내용 자체가 채점요소입니다.그러므로, 이렇게 먼저 주어진 2개의 제시문이 공통되지 않을 경우, 달리 말해서 제시문 1개를 다수의 제시문이 공격해야 할 경우에는 비판받는 제시문을 먼저 씁니다. 즉, 역방향식 글쓰기를 하는 것이지요. 자 그렇게 되면 다음의 구조가 됩니다.
2-3번 문단 부분이 채점자가 요구하는 비판 부분입니다. 표 1과 비교해봤을 때 비판부분이 전체 분량에서 차지하는 정도가 크지요? 당연히 중복되는 제시문 요약이 없으므로 비판 분량을 크게 잡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역방향이므로, 당연히 (나)나 (다)의 요약은 가볍게 처리됩니다. (가)를 비판할 수 있는 핵심적인 내용만 담아도 무방하거든요. 어차피 비판 내용이 주된 채점요소입니다. 표1에 보여지는 구조보다 한결 더 깔끔할 뿐더러, 채점자 친화적인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나)와 (다)가 무슨 관계인지 알 때에도 쓰기 좋은 구조입니다. 즉 (나)와 (다) 사이에 를 넣어도 되고, 아니면 로 처리해도 됩니다. 구조를 짤 때는 이렇게 정방향, 역방향을 모두 고려해서 효율적으로 짜도록 하세요!
그리고 이제 이 문제를 접하게 될 때 우리가 어려워해야 하는 부분은 사실 저런 건 아니에요.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문제가 생겨나게 되죠. 이런 문제일수록, 독해를 요구하는 설명이거나, 창의적인 비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비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비판이라 하면 우선 이런 것입니다. 전에도 한번 보여드린 적이 있지요.
하지만, 모든 문제가 그렇게 친절하거나 쉽지는 않습니다. 난도가 높아질수록, 독해를 중심으로 하는 문제일수록 두 제시문은 서로 그저 대립만 될 뿐, 근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때는 이미 알려드린 바와 같이 다양한 수를 써서 ‘나쁘게’ 말을 해야 하지요. 저는 분명 가르쳐 드린 바가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
이용준 < S·논술 인문 대표강사 sgsgnote@gmail.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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