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삼성SDS 상장 말바꾸기 유감

입력 2014-05-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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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5월09일(08:2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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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상장할 계획이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2년 2월 국내 한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일주일 전 단독 보도했던 “삼성SDS 상장 추진” 기사를 사실상 반박하는 모양새였다. 이 부회장은 “장외 시장에서 삼성SDS 연내 상장 루머가 퍼지면서 잘못된 정보를 접한 소액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기때문“이라고 이유까지 설명했다.

삼성은 작년 9월 삼성SDS가 비상장사 계열사인 삼성SNS를 흡수 합병할 당시에도 “삼성SDS 상장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었다. 삼성SNS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45.8%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때문에 삼성SDS 주주 중 합병으로 인해 유일하게 지분이 늘어난 개인 대주주가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당시에도 상장 정지 작업이라는 루머가 퍼졌었다.

그로부터 불과 8개월 뒤인 9일 삼성그룹은 삼성SDS를 연내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상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경우 1만6700여명 소액주주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삼성그룹이 소액 주주들에게 삼성SDS 상장을 부인했던 2년3개월간 이 부회장만 유일하게 주식을 234만주(2.44%)나 늘린 셈이 됐다.

물론 정보통신(IT) 업종에서 1~2년은 “상당히 오랜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1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글로벌 대기업들이 망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삼성SDS 상장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에서 10년 이상 고민해 왔던 중요한 숙제다. 그런데도 삼성 안팎의 전문가들은 “매끄럽지 못하고 급하게 처리된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평가한다.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이 대표적인 사례다. 합병 후 상장을 급하게 추진한 탓에 논란을 초래할 여지도 남겼다. 삼성SDS는 매출 6조원, 순이익 4071억원을 내는 초우량 기업이다. 매출은 삼성SNS(5123억원)의 11.9배, 순이익(413억원)은 9.8배에 이른다. 그런데 합병 비율은 1대 0.4618115다. 삼성SNS 주식 1주 가치가 삼성SDS의 46%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합병 당시 산출된 삼성SDS의 기업 가치는 주당 7만1566원. 9일 장외에서는 20만원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주식이 됐다. 합병 완료 시점인 작년말과 비교하면 불과 5개월새 기업 가치가 급등한 것이다.

삼성은 “법적인 의무가 없지만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시행령 등에 따라 외부 평가인(한영회계법인)을 통해 합병 비율의 적정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 로펌의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비상장사간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과 상법상 강제 규정이 없는데다 정확하게 기업 가치를 따지기가 어려워 항상 논란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한영회계법인도 장문의 평가 의견서에서 "(법적인)감사 의견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 재무 상태에 대해 어떤 보증도 제공할 수 없다"며 "다른 평가 방법과 가정이 사용될 경우 의견서 결과와 중대한 차이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고 명시했다. 2009년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명되긴 했지만 10년동안 이 부회장을 괴롭혔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인수 혐의의 핵심 논란도 비상장사(에버랜드) 기업 가치를 따지는 일이었다.

삼성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삼성SDS의 상장은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않겠다는 그간의 삼성측 움직임과 거리가 있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해야 '뒷말'이 나오지 않는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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