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이익 중심 수익구조 한계
단기실적 급급해 금융사고 불러
'스토리 금융'으로 신뢰 쌓을 것
[ 김일규 기자 ] “은행이 팔고 싶은 상품이 아니라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팔아야 합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사진)은 지난 8일 서강대 경영대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으로 마련한 ‘CEO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강대 K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이 행장은 “은행업은 지금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지속 발전하려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수익을 앞세우다 보니 말로는 고객을 위한다면서도 실제로는 단기 실적을 채우는 데 급급했다”고 반성했다.
○“은행업 황금시대 끝나”
이 행장은 먼저 “은행업의 황금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구조가 한계에 이르렀고, 산업 포화 및 규제 강화 등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경제성장률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은 성장성이 정체되고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자산 건전성도 취약해지면서 은행업의 매력도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업이 신뢰를 잃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은행이 ‘자금 중개’라는 본연의 기능보다 수익 증대에만 초점을 둬 왔다”며 “단기 실적을 위한 영업 드라이브가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고객 피해와 신뢰 하락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고객 알려는 노력부터”
우선 고객과의 신뢰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게 이 행장의 주문이다. 그는 “앞으로 은행업은 고객 관계 기반의 서비스업이 돼야 한다”며 “은행 주도형이었던 은행과 고객의 관계를 고객 주도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스토리(이야기)가 있는 금융’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말이 되는’ 상품을 팔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행장은 “은행은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인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인지 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토리 금융’을 위한 영업 프로세스 개선 노력도 소개했다. 이 행장은 “직원이 고객을 알기 위해 한 노력을 기록으로 남겨서 평가한다”며 “펀드 등 어떤 상품을 팔았다면 왜 팔았는지를 적게 하고, 그것이 말이 될 때 가산점을 준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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