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별곡56] 이름부터 괴상한 게임 '기기괴계'

입력 2014-05-12 00:47   수정 2014-05-12 16:20

<p>필자가 아주 어릴 적에 접했던 게임 중에 기억에 남는 게임이 여러 개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좀 특이하다 싶은 게임이 '기기괴계'다. 일단 게임기 자체부터 특이했다.</p> <p>보통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게임도 있었지만, 필자의 동네 구멍가게 앞에 조그맣게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게임기로 처음 접했다. 그 당시에 30원인가 내고 했다(10원짜리 3개!). 그런데, 더 특이했던 것은 그 30원짜리 게임기는 일정 수준 이상 점수를 내면 '깐돌이' 같은 과자 알갱이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마치 슬롯머신에서 잭팟을 터트린 것처럼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과자를 두 손으로 받아 낼 때 그 짜릿함이란.. (이래서 슬롯머신에 빠지는 것인가..)
[奇奇怪界? 이거 뭐라고 읽는 거지?]
그 뒤로 꽤 오래 지나 동네 오락실이 생기기 시작할 때 오락실에서도 이 게임을 볼 수 있었다. 그때는 50원에 한 판이었다. 처음에는 한자로 쓰여진 게임이름을 읽을 수도 없었고 친구들은 그냥 '먼지털이' 또는 '부적' 게임 등 생각나는 대로 막 불렀다.</p> <p>필자도 성인이 되어서야 이 게임의 진짜 이름이 '기기괴계(奇奇怪界)'라는 것을 알았을 정도로 게임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이름이 있으나 제대로 불리지 못한 비운의 게임이다. 또 나중에야 알았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동자' 정도로 알고 있었다. 사실 게임의 주인공은 '무녀'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 이름도 '사요짱'인가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이런 캐릭터였다나 뭐래나..]
웃기는 것이 게임의 영문 타이틀은 'Kiki KaiKai Pocky & Rocky Knight Boy'라고 되어 있는데, '무녀'는 여자 아닌가? 'Knight Boy'는 또 뭐야.. 사람 참 헷갈리게 하는 작명 센스 덕분에 한 동안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는 여자가 아닌 남자로 알려져 있었다. 지금이야 일본 문화가 개방되어서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1980년대만 해도 일본 문화 수입이 금지되었던 터라 일본 영화나 드라마 들을 정식 루트로 입수하기는 쉽지 않았다.

[귀여운 디자인의 캐릭터]
이 게임처럼 제대로 된 이름을 모르고 하던 게임 중에 비슷한 게임으로는 '이주일'이라 불리던 게임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일본어로 된 이름을 마음대로 쓸 수 없던 시절이라 한국식으로 아무렇게나 갖다 붙이곤 했다.</p> <p>이 게임도 필자의 동네에서는 '부적동자'라고 적혀 있었으니 필자도 당연히 게임 이름이 이게 맞는 줄 알았다.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 역시 '동자'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게임 이름과 주인공 캐릭터의 성별까지 한 번 속도 두 번 속은 이 게임의 이름은 '기기괴계(奇奇怪界, Kiki KaiKai Pocky & Rocky Knight Boy)'이다. 길고 복잡한 글로벌 풀 네임은 거의 쓰이지 않고 한국에서는 '기기괴계' 정도로 통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칠복신(七福神)'이 스토리상으로 등장하며, 그 '칠복신'을 섬기는 무녀 '사요'라는 이름의 무녀가 이 게임의 주인공이다.

■ 오락실 주인 아저씨가 맘대로 이름 짓던 시절

[이 게임의 이름은 '이주일'이 아닙니다!]
아무렇게나 이름 붙이기는 사실 아무렇게나 막 갖다 붙였다기보다는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여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름을 붙여도 막 붙이기보다는 뭔가 기억에 남고 구미가 당길만한 이름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p> <p>그 당시 오락실 주인 아저씨들의 센스가 철철 넘치는 작명센스가 돋보이는 게임 중에 하나가 바로 '이주일'이라는 게임이다. 원래 제목은 '아임 소리(I'm Sorry)' 정도로 소박하다 못해 너무나 평범해서 게임 이름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되었는지, 굳이 한글화시키지 않았어도 됐을 것을 '이주일'이라고 이름 붙인 오락실이 많았다.</p> <p>신기한 것은 그 당시 인터넷은 고사하고 PC통신이나 지역 네트워크 등의 기반 시설이 전혀 없었던 시절이라 전국의 오락실 주인들이 소통할 창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오락실 여기저기 하나 같이 이 게임의 이름은 '이주일'이었다는 사실이다(혹시 다른 이름으로 불린 오락실이 있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p> <p>물론 이름이 100% 똑같지는 않고, 오락실마다 '이주일' 또는 '이주일의 모험', '이주일 쇼!' 등의 이름이 붙어있기도 했었다. 공통점은 주인공 이름이 '이주일'이라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 중에는 '이주일'이라는 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 '이주일'을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아니 그런 수식으로도 표현을 다 못할 정도로 유명한 분이었다.
[이 게임도 '이주일과 쟈니 윤' 같은 게 아닙니다!]
그 당시에 또 유명하신 분이 '쟈니 윤'이 있는데, TV쇼를 진행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 두 명이 나오는 이 게임의 원래 이름은 'KATO & KEN' 이라는 일본사람 이름(카토, 켄)인데도 필자의 동네 오락실에서는 '이주일과 쟈니 윤'이라고 붙어있었다. 뭐 어찌 보면 한국의 레이디 가가~ 라던가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 라던가 하는 식으로 소개하는 개념으로 본다면 이렇게 이름 붙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p> <p>꼭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제목 역시 한국식으로 맘대로 갖다 붙이는 경우도 많았으니 꼭 동네 오락실 주인 아저씨들만 탓 할 건 아닌 듯하다. 어느 시대나 조사 결과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화 100선에 꼭 들어가는 '사랑과 영혼'이라고 알려져 있는 영화도 원래 제목은 무미건조하다 못해 김 빠지는 '고스트(Ghost, 유령)'이지 않은가.. 아마도 원래 제목대로였다면 '영혼' 정도겠지만, 한국인의 깊고 풍부한 감성으로 영화의 주된 내용인 '사랑'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여서 '사랑과 영혼' 정도로 지었을 것 같다(그리고 도자기 빚는 장면이 아마도 한국인의 정서와 맞아 떨어져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p> <p>■ 일본 유괴 등장, 공포보다 코믹으로 어필
사실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가 귀엽게 그려져 있고 적으로 나오는 귀신이나 요괴 같은 캐릭터들 역시 험상궂거나 포악하게 되어있지 않고, 귀엽게 디자인 되어서 그렇지, 실제로 이런 것들이 눈앞에 있다고 하면 그렇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p> <p>이 게임에 등장하는 요괴라던가 하는 것들은 일본 전통 무속적인 것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한국의 귀신들과는 조금 다르다. 아마도 그런 부분 때문에 조금 더 공포와 같은 감정이 덜 했을 수 있고 그것이 공포보다는 코믹에 가까운 컨셉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싶다.
[저 우산 요괴는 일본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데..]
하지만, 한국의 공포스러운 존재들을 이 게임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귀엽게 디자인된 캐릭터를 보면 그렇게 무서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실제로는 무섭고 힘든 일(요괴를 소탕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게임으로는 그것이 참 귀엽고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게임의 BGM 역시 괴기스럽고 공포스럽다기보다는 밝고 경쾌한 풍으로 신나는 음악이다. 요괴와 맞닥뜨린 주인공이 겪는 일의 과정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비슷한 게임으로 코믹의 극단에 있는 것이 이 게임이라면 공포의 극단에 있는 게임이 아마도 '영 제로'와 같은 게임일 것 같다(와이프는 이 게임을 새벽에 불 꺼놓고 하는데, 필자는 스틱을 잡고 싶지가 않다).
[먼지를 털어라~!]
역시 '게임은 즐겁고 신나는 게 최고다'라는 필자의 신념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이다. 요괴를 퇴치하는 과정도 번잡하거나 고되지 않고 먼지 털듯이 툭툭 털어주면 된다. 그래서 필자의 동네 오락실에서는 이게임이 '먼지털이'라고 이름 붙어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는 먼지떨이보다는 부적을 더 자주 던지는데(그래서 옆 동네 오락실에서는 '부적 동자'라고 되어 있었다).</p> <p>'기기괴계' 게임 역시 여러 플랫폼으로 이식 되었다. 역시 오락실만한 것이 없지만, PC-Engine용 버전도 출중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게 안드로이드(Android) 버전도 출시되어 있다.</p> <p>게임 자체가 어렵지 않고 쉬운 진행방식이므로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플레이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보스전 역시 정형화된 패턴 방식으로 총알을 뿌려대기 때문에 위치 선정만 잘 하면 피하는데 어려움은 별로 없다.</p> <p>참고로 필자와 친구들은 보스 중에서도 칼 던지는 놈을 특별히 '칼잽이'라고 부르곤 했었다. 게임의 캐릭터 이름 같은 것들이 게임 상에 나오기는 해도 한문이나 일어로 되어 있어서 우리 중에 그것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오락실 주인 아저씨도 게임 이름을 맘대로 짓는 마당에 우리라고 보스 이름 맘대로 지으면 안 되라는 법 있나..
[이름이 써 있지만, 읽을 줄 몰랐던 시절.. : '북치고 장구치고' 라고 불렀다.]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딱 보고 생각나는 대로 이름을 부르던 시절이다. 실제로 저 아저씨는 천둥번개를 다루는 신인 모양이지만, 뒤에 북 같이 생긴 것들을 달고 다니고, 손에 잡고 있는 방망이 모양을 보고 북 치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에 우리 동네에서는 '북치기 아저씨' 또는 '북치고 장구치고' 등으로 불렸었다.

■ 너무 다양한 죽음 이후 세계의 문화 게임은?
각 나라에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사후(死後)세계라던가 망자(亡子)와 관련 된 부분은 거의 모두 다르다. 지역(대륙)별 공통점이 있을 법도 하지만, 아시아만 해도 그 중에서 북동아시아 3국 한국, 중국, 일본만 해도 거의 서로 붙어 있다시피 위치해 있지만, 중국의 '강시'가 한국에 없고, 한국에 '몽달 귀신'이 일본에 없고, 일본에 '텐구'가 한국에 없는 것처럼 서로의 문화가 전혀 다르다.
['칼잽이'다!]
일본은 이러한 사후(死後)세계나 망자(亡子)를 소재로 한 게임들이 여럿 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받아들이는 감정 자체가 서로 같지는 않은 듯하니 한동안도 이런 게임이 한국에 출시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p> <p>■ 필자의 잡소리
어릴 적에 과자 몇 개 더 얻어먹어 보려고 빠칭코 같은 30원짜리 기계에서 오락을 하던 그 게임이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p> <p>무려 30년의 세월을 살아 낸 대단한 게임이다. 그 사이 수많은 게임들이 사라지고 기억에서 잊혀져 갔지만, 몇 몇 게임은 30년의 시간도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플랫폼만 바뀐 채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게임에도 원혼 같은 것이 있어서 계속 주위에 맴도는 것인가?
[안드로이드 버전도 즐길 수 있다.]
일본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이 게임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게임 내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문화의 내용을 모르더라도 게임 자체는 참 재미있다. 알게 모르게 재미에 빠지다 보면 저절로 각인 되어 전파되는 문화의 힘은 실로 무서운 것이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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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게임별곡 50회 '오락실 세대 열혈지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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