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긴 성곽을 거닐었다, 바다 내음 풍겨온다

입력 2014-05-12 07:00  

크로아티아 섬마을 스톤 소박한 하루

만리장성 다음으로 길어
유럽 최고의 소금 산지 유명
최상급 굴·홍합 '환상의 맛'



크로아티아의 작은 섬마을 스톤은 자그레브, 스플릿, 두브로브니크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여행자에게 전하는 따뜻하고 아늑한 위안은 여느 대도시 못잖다. 아드리아 해의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고, 유럽 최고의 소금이 나는 곳으로 유명한 스톤에서의 소박하고 포근한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성벽이 감싸안은 마을, 스톤

도시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작은어촌마을 스톤은 크로아티아 남쪽, 펠예사츠 반도에 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스톤의 날씨는 청명하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는 짜고 비릿한 바다 냄새와 풀 향기가 섞여 있다. 아드리아 해에서 깊숙이 들어온 만을 앞에 두고 100여채 남짓한 붉은 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풍경은 더없이 고요하다. 붉은 지붕 뒤로 야트막한 산이 마을을 감싸안았고 산자락을 따라 길게 늘어선 성벽이 굳건히 마을을 지키고 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인포메이션 센터. 시골의 점방인지, 관광안내소인지 그 기능이 모호한 느낌의 인포메이션 센터에는 아무도 없다.

문 앞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나긋한 목소리의 여자가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5분쯤 기다렸을까. 마을 어귀에서 잡화점을 겸한 관광안내소를 경영하는 금발의 미녀가 웃으며 달려왔다. 그녀는 스톤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톤은 14세기에 계획적으로 구획된 도시라는 것, 두브로브니크와 비슷한 모양으로 정렬돼 ‘작은 두브로브니크’라고 불린다는 것, 중국의 만리장성 다음으로 긴 성곽(전체 길이 5.5㎞)이 있다는 것, 성곽은 마을이 밀집해 있는 스톤v과 북쪽의 작은 스톤(mile ston)을 연결한다는 것, 지금은 허물어지고 없지만 예전에는 40여개의 탑이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작열하는 태양을 등에 업고 우리는 성곽으로 발길을 돌렸다.

쉴 새 없이 이야기하던 그녀는말수가 조금씩줄었다. 중간이 뻥 뚫린 허리 높이의 난간에 의지해 50㎝ 폭의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데에는 적지 않은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군데군데 무너진 흔적이 역력하고, 급격한 경사 탓인지 발치로 눈길을 돌리면 천길 낭떠러지인 듯한 위압적인 공포가 엄습했다.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푸른 바다, 초록의 숲, 오밀조밀 붙어 있는 붉은 지붕이 어우러진 근사한 풍경이 펼쳐진다.

유럽 최고의 소금이 나는 곳

여기에 성곽을 만든 것은유럽 최고의 소금이 나는 염전이 있기 때문이다. 마을 앞에 펼쳐진 염전은 깨끗이 닦은 거울을 깔아 놓은 듯 하늘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다. 성곽 꼭대기의 망루와 마을의 붉은 지붕들은 모두 염전을 바라보는 형상이다. 예로부터 소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자본이었으니, 이곳 사람들도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염전을 지켰을 것이다. 염전에서는 아직까지도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해마다 2000t 이상의 소금을 채취한다.

성곽을 내려와 염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관광객에게 개방된 염전의 입구에는 방대한 양의 소금을 쌓아 두었다. 두 손 가득 담은 소금을 쥐락펴락하며 깔깔하고 견고한 촉감을 만끽하고는 허공으로 흩뿌렸다. 찬란한 아드리아 해의 태양빛을 투과한 소금 알갱이 하나하나가 크리스털처럼 영롱하게 빛을 낸다.

굴 따러 가요

스톤은 소금뿐만 아니라 최상급 굴과 홍합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굴과 홍합 철의 스톤에는 달마티아 지방을 비롯한 크로아티아 전역에서 아드리아 해의 싱싱한 맛을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소담한 통통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5분을 달리자 깊은 속까지 투명하게 보이는 바다 위로 나무 막대가 빼곡히 서 있는 굴 양식장에 다다랐다. 양식장 주인은 각각 1년, 2년 동안 자란 굴을 차례로 보여주고는 수확기에 접어든 3년 된 굴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배를 몰았다.그는 굵은 밧줄로 엮은 굴망을 건져 올려 빼곡히 달라붙은 굴 중 가장 큰것을 하나 따더니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능숙한 솜씨로 껍질을 갈랐다. 그러고는 알맹이에 붙은 잔여물들을 슥슥 긁어내고는수줍은 미소와 함께 건넨다.

여행팁

인천에서 크로아티아까지 직항은 없다. 유럽의 주요 도시를 경유해야 한다. 언어는 크로아티아어를 사용한다. 화폐는 쿠나(1쿠나=약 200원)를 사용하며 한국에서는 환전할 수 없으므로 현지에서 환전해야 한다. 스톤에선 영어 소통이 어려운 편이다. 스톤에서 가까운 공항은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릿에 있으며 각 지역에서 펠예사츠 지역까지 운행하는 버스 노선이 있다. 자율적이고 여유로운 여행을 원한다면 렌터카를 이용하면 된다. 스톤의 성곽 투어는 5.5유로, 염전 투어는 2유로다. 해산물 레스토랑은 작은 스톤(mile ston)의 해안에 있는 빌라 코루나가 유명하다. 굴 양식장 투어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likecroatia.com/news-tips/three-things-enjoy-ston)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스톤(크로아티아)=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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