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근 기자 ] “아파트 리모델링을 하고 싶은데 (경제적인) 형편이 좋지 않아서….” 지난 11일 서울 대치동 SETEC ‘대한민국 리모델링 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 김모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가 리모델링 대상이 되고 수직증축이 허용돼 여건이 다소 좋아지긴 했지만 현재로선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1990년대 초 완공된 400여가구 규모의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 구조도면도 있어 안전진단만 통과하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사업 추진을 불투명하게 보는 건 입주민들의 경제력 때문이다. 수직증축 허용과 더불어 전체 가구 수의 15%를 일반분양할 수 있어 주민 분담금을 낮출 수 있게 됐으나 1억원이 넘는 비용을 바로 부담할 수 있는 가구가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수직증축뿐 아니라 맞춤형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주민들에게 공사비를 국민주택기금에서 저리(연 1~2%대)로 융자하는 방안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이 방안은 추진 1년 가까이 돼 가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있어서다. “집 없는 사람도 많은데 집 있는 사람을 위해 기금을 쓸 수 없다”는 게 기재부 반대 논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기재부 생각에 대해 국내 주택시장 전체의 흐름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 편의시설 등 주거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 도심 지역이나 신도시 등에서 주택 공급이 새로 이뤄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땅이 없어서다. 재개발·재건축도 조합원 간 갈등, 긴 인허가 과정 등으로 좌초하는 사업이 부지기수다. 반면 수요자들은 이들 지역의 적정 가격대 주택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도심 주택난을 해결할 수 있는 주요 대안 중 하나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완공 15년이 넘어 리모델링이 가능한 노후 주택이 400만가구를 넘는다. 주민들의 주거 불편을 없애면서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김병근 건설부동산부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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