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매물 땐 환율 폭락 우려
[ 마지혜 기자 ] 사상 최대 규모로 쌓인 국내 기업 등의 달러화예금이 외환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최근 원화값 급등(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예치해 놓고 있지만 앞으로 상황에 따라 대거 매물로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14년 4월 말 거주자 외화예금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은 전월보다 14.3%(73억2000만달러) 증가한 584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 기록인 2월 말의 526억8000만달러를 두 달 만에 넘어선 것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국내에 주소를 둔 법인이나 6개월 이상 국내에 머무른 내·외국인이 국내 은행이나 외국계 은행 지점에 외화로 맡긴 예금을 뜻한다. 3월 말엔 기업의 수입대금 결제 및 외화채권 상환이 크게 늘어나면서 다소 줄었으나 다시 증가했다.
특히 기업의 수출대금 예치 등으로 달러화예금이 큰 폭 증가해 사상 최대에 달했다. 지난달 424억7000만달러로 전월보다 12.7%(47억8000만달러) 늘었다. 이 중 기업의 달러화예금은 374억2000만달러로 12.7% 증가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25개월째 지속되면서 수출대금이 쌓여가지만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 탓에 기업들이 달러 매도를 미루고 있어서다. 원화값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 새 3.51% 급등(환율 하락)했다.
정진우 한은 국제국 과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기업들은 환전을 미룬 채 달러화예금을 늘리고 있다”며 “이 달러 물량이 외환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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