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지분 절반 현물 출자 위한 전제 조건
금산분리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걸림돌'
이 기사는 05월12일(08:3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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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kyung.com/photo/201405/201405135138u_01.8657638.1.jpg)
2012년 삼성SDS 상장 얘기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흘러 나왔을 때의 일이다. 삼성그룹은 이를 곧바로 부인, ‘4~5년 내 상장은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지난달 삼성은 삼성SDS 상장을 올해 전격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어떤 변화가 있던 것일까. 삼성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가 결정을 앞당겼을 것이라는 게 자본 시장 전문가들의 추론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된다고 가정하면 핵심은 ‘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의 고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 7.2%의 가치가 약 15조원에 달해 삼성 내,외부 어디에도 팔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팔 경우 경영권이 흔들린다는 논리다.
문제는 사회 여론이다. 금융회사가 산업 자본을 지배해선 안된다는 ‘금산분리’ 개념에 어긋나는 데다 소수 자본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 출자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대장정’은 이 사안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삼성의 계산법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①→삼성생명②→삼성전자③→삼성카드④→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대(大) 순환 고리가 요체다. 여기에 하나의 소(小)고리가 하나 더 있다. 삼성SDI⑤→삼성물산⑥→삼성전자⑦→삼성SDI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이 두 개의 고리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 3세들이 삼성전자를 어떤 방식으로 지배할 것이냐와 관련 있다. 삼성 입장에선 생명(7.2%)과 물산(4.1%)을 통한 전자 지배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 오너가는 이미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이재용 부회장 25.1% 등 41.9%)이므로 ①,②의 순서로 전자 주요 주주가 될 수 있다. 2011년 11월 카드가 갖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 25.64% 가운데 17%를 KCC에 매각(7739억원)하면서 순환 출자 논란도 어느 정도 잠재웠다.
물산을 중심으로 한 고리에선 SDI가 갖고 있는 물산 지분(7.18%)을 이재용 부회장이 가져오면 된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필요한 자금은 대략 7000억원 가량”이라며 “삼성SDS 상장을 통해 1조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생명과 물산을 통한 전자 지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남은 문제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4%(약 8조원 가치)를 이재용 부회장이 어떻게 승계할 것이냐다. 이 부회장은 세금 4조원을 상속세를 내거나 지분 절반을 현물로 출자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세금 문제는 워낙 민감한 이슈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사회 분위기상 회피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삼성이 적극적으로 세금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오너가의 전자 지배율이 떨어지긴 하겠지만 생명+물산 지분 11.3%에다 국민연금(작년 말 기준 7.71%) 등 우호 지분과 자사주 11%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전자가 M&A 이슈에 휘말릴 경우 오히려 주가가 급등해 적대적 세력이 시장에서 전자 지분을 매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도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만치 않은 여론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이같은 ‘시나리오’가 중대한 난제 하나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생명을 통한 전자 지배를 정치권 및 진보적 시민단체가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융회사가 비금융계열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24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산업자본 지분을 5% 이상 갖지 못한다. 5%를 넘는 지분은 의결권이 없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KCC에 넘기고 남은 8.64% 가운데 5%만 놔두고 나머지 3.64%도 팔아치운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생명 역시 이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자 지분 7.2%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의결권 있는 지분은 5% 뿐이다. 나머지 지분은 경영권 방어라는 측면에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의결권 없는 삼성전자 지분 2.2%를 우호 세력이나 계열사에 블록딜로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등 14명은 지난달 7일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한도를 시가 기준으로 바꿔 총 자산의 3%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로 매각토록 하자는 게 골자다. 다시 말해 생명을 통한 전자 지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관전 포인트는 삼성전자의 경영권 위협을 막아야 한다는 현실론과 금산분리라는 명분론 사이에서 힘의 균형이 어디로 갈 지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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