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수위축·원高, 일본식 불황 경계를

입력 2014-05-14 20:39   수정 2014-05-15 05:44

"장기불황 넘으려는 日 아베노믹스
경제구조상 무역역조 확대 부작용
韓, 점증하는 원고압력 해소해야"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등장하면서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전으로 ‘아베노믹스’를 주창하고 나온 지 1년6개월에 이르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를 장기적·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단정적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의 구조적 특징에 아베노믹스적 접근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중간평가는 비슷한 경제발전 구조로 인해 아베노믹스에 따른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는 한국에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통화량을 대폭 증가시킴으로써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를 하락시켜 일본 제품의 해외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실질이자율을 낮춰 투자를 유발시키며,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지출의 증대 및 성장전략 등도 있으나 그간의 경과를 볼 때 통화량 증대정책이 가장 강력한 수단인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의 등장 이후 나타난 몇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규모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증대와 이에 따른 주가의 급등이다. 주가 상승은 가계의 소비지출을 증가시키고 소매판매 증가 등 유통부문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둘째, 소비의 증가가 전 산업부문에 걸쳐 가동률을 높이고 이것이 고용효과를 발생시켜 사실상 완전고용에 접근하고 있으며, 나아가 불황 탈출의 신호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물가상승률이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셋째, 이런 일련의 변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다고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무엇보다도 장기불황에 찌든 각 경제주체들이 자신감을 되찾는 효과를 낸 것 같다. 경제는 심리라고 할 정도로 심리적 효과가 중요한데, 이 점은 아베노믹스의 가장 두드러진 긍정적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수출증가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고 원자력발전소의 전면적 가동 중단에 따른 원유 등 에너지의 수입 급증으로 인해 무역수지 역조가 확대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수행에 따른 일련의 변화와 효과를 체험한 일본인들이 대체적으로 느끼는 것은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의 불황극복 수단으로서 적절한 정책선택이기는 하지만 정책의 출현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일본은 1970년대 이래 흑자가 늘어나면 외압이 나타나 엔고를 초래했고, 이에 따라 국가와 기업 모두 엔고 극복에 전력투구해 막상 엔고가 극복되는 시점에는 오히려 더 큰 규모의 경상 흑자가 발생했다. 경상흑자는 다시 엔고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공급능력은 커지고 내수는 위축됐으며, 노동집약적 업종을 중심으로 해외투자가 증가함으로써 적지 않은 산업에 걸쳐 공동화 현상이 야기됐다. 아베노믹스가 내수를 늘리는 효과는 냈지만 기대와는 달리 수출 증가 쪽이 무반응을 보인 것은 아베노믹스 이전에 형성된 일본 경제의 구조적 특징에 비춰 볼 때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아베노믹스의 전개 과정에서 한국 경제는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 한국 경제도 경상흑자 증가가 원고를 초래하고 원고가 다시 더 큰 흑자를 야기하며 나아가 내수위축을 불러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둘째, 일반적으로 자국통화의 평가절상은 수출감소와 수입증가를 통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의 축소로 이해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에서 보는 것처럼 기업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오히려 흑자증대를 야기한다는 경험적 선례를 들어 원고를 압박하는 외압 극복의 설득 논리로 활용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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