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방은행 땅 뺏는 시중은행

입력 2014-05-14 20:42   수정 2014-05-15 05:29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 김일규 기자 ]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A지방은행의 은행장은 얼마 전 사석에서 영업본부장 시절 대형 B시중은행 때문에 속앓이를 했던 사연을 털어놨다. 대상은 포항시금고였다. A은행은 30여년간 포항시금고를 맡아왔다. 하지만 B은행의 공격이 만만치 않았다. 풍부한 자금을 가진 B은행은 포항시에 엄청난 기부금을 내놓겠다며 시금고를 뺏으려 했다. A은행은 오랜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가까스로 시금고를 지켜냈다.

호남이 영업지역인 C지방은행의 은행장도 최근 비슷한 얘기를 꺼냈다. 광주시금고 은행 선정을 위한 입찰에 갑자기 대형 D시중은행이 참여해 곤혹스러웠다는 얘기였다.

지방의 시금고를 둘러싸고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은행과 전국이 영업구역인 대형 시중은행이 다투는 모습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지방 시금고 선정 경쟁에 시중은행들이 뛰어드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로서도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과 금고 계약을 맺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금융서비스 질이 나아질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지방 시금고를 두고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이 싸우는 모습은 안타까운 국내 은행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더 많다. 자산 규모 등 덩치로 따지면 대학생(시중은행)이 초등학생(지방은행)과 싸우는 꼴과 다를 바 없어서다.

시중은행들은 “갈수록 떨어지는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들이 해외 대학생(외국은행)과 싸울 자신이 없으니 애꿎은 초등학생만 괴롭히는 격”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돈으로 지방 시금고를 사려 한다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지방은행이 지방의 시금고를 맡으면 예금은 해당 지역의 대출 재원으로 활용된다. 해당 지역에서만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아니다. 호남에서 받은 예금을 영남에서 빌려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시중은행이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은행을 지향하는 시중은행들은 자신의 경쟁 상대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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