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 눈치 안보고 '칼퇴' 금연하고 살 빼면 보너스…"건강한 직원이 건강한 제품 만든다"

입력 2014-05-14 21:49   수정 2014-05-15 04:03

김혁수 사장의 '건강 프로젝트'

야쿠르트 제품으로
가족 식습관 개선 도와
부진 털고 '1조 매출'



[ 강진규 기자 ] 서울 잠원동의 한국야쿠르트 본사. 저녁 6시가 되면 대부분 사무실의 불이 꺼진다. 이 회사 김혁수 사장(사진)이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본격 시행한 정시퇴근 제도의 영향이다.

이 제도는 2007년 도입됐지만 김 사장이 오기 전에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는 요즘 주간 단위로 직원들의 퇴근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김 사장은 직원들의 금연과 다이어트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흡연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번주까지 ‘금연펀드’를 모집하고 있다. 직원들이 10만원씩 투자해 펀드를 조성하고 연말까지 금연에 성공하면 10만원을 더해 두 배로 되돌려주게 된다.

‘다이어트 펀드’도 비슷한 콘셉트로 다음달 중 모집할 계획이다. 그가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올해부터 슬로건으로 내세운 ‘건강한 습관’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직원들이 건강해야 국민에게 건강한 습관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10일 창립 45주년 기념식에서 ‘건강한 습관’을 기업가치로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치관 경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윤덕병 회장의 창업 이념인 ‘건강사회 건설’과도 맥이 닿아 있다.

김 사장은 “마케팅 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해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는 방식 대신 고객의 소비 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모두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습관을 바꾸는 데 성공하면 회사 매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이를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습관을 전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경영 컨설팅사인 IGM세계경영연구원과 함께 가치관 경영에 대한 직원 교육도 진행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소비자 캠페인을 적극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30가족을 선발해 13일부터 한 달간 건강한 습관을 기르는 과정을 공유하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참여 가족은 이 회사의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면서 운동을 시작하고 식습관을 개선하는 모습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2월에는 ‘건강한 습관’이라는 이름의 잡지를 발간했다. 의학 상식을 비롯해 건강 노하우, 건강 이슈 등 일상생활 속 건강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격월로 65만부씩 발행해 야쿠르트아줌마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서울시청 시민청 입구에 ‘건강 계단’도 설치했다.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을 집계해 한 사람당 10원씩 비만 예방 교육 지원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약 넉 달간 20만명이 계단을 이용해 200만원 정도가 적립됐다.

한국야쿠르트의 건강한 습관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매출 증대를 위한 것이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 ‘윌’ ‘쿠퍼스’ 등의 연속 히트에 힘입어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라면사업부를 팔도로 분사한 2011년 이후에는 매출 1조원을 좀처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956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924억원으로 2년 새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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