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철밥통' 깬다…퇴출 카드로 무사안일 '추방'

입력 2014-05-15 20:40   수정 2014-05-16 04:09

뉴스 & 분석

정부, 1급 이어 2급도 신분보장 안하기로

업무평가 엄격히…공직사회 긴장 조성
낙하산 원천금지해 '官피아 비리' 차단



[ 정종태 / 도병욱 기자 ] “고시에 붙어 한번 공무원이 되면 끝까지 가는 걸 손봐야 한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세종실. 공직사회 개혁 방안을 논의하던 중 A장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A장관의 요지는 공무원의 ‘철밥통’을 깨려면 법률에 명시된 ‘신분보장’부터 없애야 한다는 것.

그는 볼링게임에 비유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볼링을 칠 때 프로들은 1번핀 바로 뒤에 있는 5번핀을 먼저 친다. 그래야 스트라이크를 칠 수 있다. 반면 잘 모르는 아마추어는 1번핀부터 때리려고 한다. 공직개혁도 이런 차원에서 해야 한다. 낙하산 등과 같은 당장 보이는 잘못된 관행은 1번핀이다. 하지만 1번핀을 쓰러뜨린다고 전체가 넘어지지 않는다. 5번핀을 쳐야 된다. 바로 신분 보장이다.”

○신분보장 없애 철밥통 깬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제기된 공직사회 개혁과 관련,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이 짜고 있는 개혁방안의 핵심은 공무원 신분보장 폐지다. 헌법(제7조)에 규정된 공무원의 신분보장에 따라 한번 고시에 합격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이상 평생 자리가 보장되는 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당초 공무원 신분보장의 취지는 정치 외풍이나 정권 교체에 흔들리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라는 것인데, 이것이 이른바 철밥통 수단으로 전락해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것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다만 헌법 개정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모든 공무원에 대해 적용하는 것은 현실상 힘들다고 보고 관련 법률을 바꿔 고위 공무원에 한해 신분보장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제68조)은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서 정하는 사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단서조항으로 1급(가급) 공무원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청와대는 앞으로 제외 대상을 2급(나급) 국장급 공무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분보장을 없애는 동시에 징계처분 기준을 강화해 업무 능력이나 책임감이 부족한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경우 퇴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도록 해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매년 업무평가를 해 최하등급을 2년 연속 맞으면 퇴출되는 식의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낙하산 인사도 금지

청와대는 공무원 신분보장 폐지와 함께 계약직 공무원을 대폭 늘리는 식으로 채용 방식을 바꾸고, 순환보직을 억제해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의 개혁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세월호 참사를 낳게 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관피아(관료 마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의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를 원천 금지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 중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산하기관장이나 감사 등을 추천할 때 자격요건을 강화해 아예 외부에서 낙하산이 내려올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공기업 기관장 추천 시 ‘해당 분야 경력 3년 이상’을 자격조건으로 의무화해 전문성을 쌓은 경우가 아니면 추천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안은 지난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검토된 적이 있다.

정종태/도병욱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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