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경기 주춤…모기지 기준 완화 '처방'

입력 2014-05-15 21:16   수정 2014-05-16 03:51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담보비율 10~15% 낮추기로



[ 워싱턴=장진모 기자 ] 미국 금융당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규제를 완화한다. 엄격한 모기지 규제가 주택경기를 짓누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주택대출 문턱을 낮춰 부동산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멜 와트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은 지난 13일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 세미나에서 “모기지 기준을 완화해 은행 등이 저 신용자들에게도 대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조만간 새로운 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와트 청장은 중앙은행(Fed)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등과 협의해 국책 모기지회사가 매입할 수 있는 이른바 ‘적격 모기지’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총부채상환비율(DTI) 43% 이하면서 담보인정비율(LTV) 80% 이하가 적격 모기지로 분류된다.

금융회사는 LTV가 80%가 넘는 모기지를 취급할 수 있지만 국책 모기지업체에 매각할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제한적으로 취급한다. 모기지업체는 은행 등에서 모기지 채권을 매입, 자산유동화증권인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발행해 기관투자가들에 재매각한다.

패니메이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업체가 모기지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어 ‘적격 모기지’ 기준이 사실상 금융회사의 모기지 기준이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80%인 LTV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살 때 집값의 20%(다운 페이먼트) 이상은 현금으로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10~15%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11년 초 주택시장 거품을 차단하고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LTV 80%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규 모기지가 감소하고 주택매매 건수가 급감하면서 주택경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자 금융당국이 서둘러 정책 기조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올 1분기 신규 모기지 금액은 2350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23% 감소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58% 줄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이달 초 “주택경기가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주택경기 회복세가 장기간 멈출 경우 전반적인 경기 상승세가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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