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주춤할 때 묻어둘 만
vs
2분기 수익성 회복 더뎌
中 수요 침체에 환율 발목
[ 송형석 / 윤정현 기자 ]
경기민감주를 대표하는 정유·화학·조선주의 악전고투가 길어지고 있다. 개별 종목의 평균 하락 폭이 올해 들어서만 20% 안팎에 달한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원화가치 상승이라는 악재가 겹친 결과다. ‘정·화·조’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게 여전히 다수 의견이지만 하락세가 주춤한 지금 시점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조금씩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금이 진짜 바닥?
화학 업종 대표주 중 하나인 롯데케미칼은 15일 전 거래일보다 1.52% 오른 16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최저점이었던 지난 12일 15만9000원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5.34%에 달한다. 20만원대 중반에서 거래됐던 지난해 말 주가 수준과는 거리가 멀지만 하락세는 멈춘 셈이다.
대우조선해양(0.90%), 삼성중공업(0.88%), LG화학(0.19%), 에쓰오일(0.17%) 등 ‘정·화·조’를 구성하는 다른 종목들도 이날 소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주가가 빠질 만큼 빠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여러 종목을 묶음으로 매집하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까지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연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국가 구조조정 작업으로 투자와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화학, 정유 업종의 주가와 실적이 동시에 무너졌다”며 “또 다른 소비처인 미국과 유럽은 회복 사이클에 접어들었고 에틸렌 등 일부 품목에서 단가 인상조짐이 엿보이는 만큼 이르면 6월 중에 업황 변곡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유주와 관련, “지난해 4분기 배럴당 4.3달러였던 정제마진이 올 1분기 6.3달러까지 높아졌고 윤활유 부문의 이익도 늘고 있는 만큼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경쟁사에 비해 단기 낙폭이 컸다는 점도 반등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매력이 업황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주장이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국내 조선업체들과 경쟁하는 싱가포르 업체, 정유 부문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홍콩, 일본 업체들의 연초 이후 주가 하락폭은 평균 5~6% 선에 불과하다.
○종목별로 선별 매수해야
좀 더 분명한 반등 신호가 나올 때까지 투자 시점을 미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유, 화학, 조선 업종의 상황이 호전된다고 해도 개선 속도가 느릴 것”이라며 “중국 경기와 환율이라는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동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른 대안 업종에 비해 매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조선 업종과 관련, “싱가포르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된 해양플랜트 부문은 당분간 답이 없고 시장 형성기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는 성장세가 주가로 나타날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생산설비 경쟁력이 높은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부문이 없는 현대미포조선 정도만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 업종에서는 에틸렌, 부타디엔처럼 범용제품에 주력하고 있는 업체보다 시장성이 높은 특화 제품군이 있는 업체를 골라야 한다”며 “편광판과 2차전지 사업을 하는 LG화학, 타이어코드가 강한 효성, 필름 부문에 경쟁력이 있는 SKC 등이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송형석/윤정현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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