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화학산업 구도 재편이 주는 시사점은?

입력 2014-05-16 07:00  

LGERI 경영노트

(1)산업환경의 중장기적 통찰 요구
(2)성장 위해 글로벌 M&A 적극 활용
(3)M&A 통한 자발적 재편 서둘러야



화학업계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붐은 산업 경쟁구도를 크게 재편해왔다. 1990년대 후반에 급증한 화학산업 M&A(‘M&A 1.0’)는 다각화 구조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에너지, 화학, 제약으로 사업을 확장시킨 서구 기업들이 과잉 경쟁과 복잡성 해소를 위해 전문화와 사업별 통합을 추진한 것이다.

2000년대 중반 M&A(‘M&A 2.0’)에선 범용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집중적으로 추진됐다. 저가원료와 시장을 기반으로 중동·중국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다. 서구 기업들은 석유화학 사업을 축소하고 고기능 화학사업을 강화했다. 이후 석유화학산업은 중동·중국의 국영기업과 석유화학 통합기업의 경쟁구도로 재편됐고, 고기능 화학산업에선 선진기업들의 과점이 강화됐다.

최근 화학업계에서 M&A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차적 이유는 다수의 화학기업이 보수적인 투자로 풍부한 현금여력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 중동 미국 등에선 대규모 투자가 진행돼 다른지역 기업의 투자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셰일혁명 등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후발 기업들의 약진이 지속된 원인이 크다.

이 과정에서 선진 화학기업들은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이들은 고기능 화학사업까지 구조재편 대상으로 발표하면서 환경과 에너지 등에서 ‘미래형 소재’ 사업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듀폰은 2011년 식품 바이오 전문기업 다니스코를 인수한 데 이어 작년엔 농화학·종자 기업 지분을 인수했다. 기능성 페인트 코팅 사업부를 매각하고 기능성 화학사업부(백색안료, 불소화합물 등) 분사도 발표했다.

향후 화학산업에선 중동·중국 기업의 시장 지위가 한층 강화되고 경쟁강도도 심해질 전망이다. 중동·중국 기업들이 서구의 고기능 화학사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고, 기술경쟁에서 가격경쟁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례도 있다. 사우디의 사빅은 12조원(약 116억달러)가량을 들여 고기능 플라스틱 대표 기업인 GE플라스틱을 인수했다. 사빅은 순식간에 고기능 플라스틱 시장의 선두기업이 됐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대규모 투자로 설비과잉과 가격경쟁을 심화시켰다. 최근 M&A에서 중동 및 아시아(일본 제외) 기업들이 중요한 인수기업 후보로 부상한 것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는 국내 화학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선 산업환경 변화에 대한 중장기적 통찰이 요구된다. 두 번째로 국내 화학기업도 성장과 사업 고도화를 위해 글로벌 M&A를 좀 더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이후 일부 기업들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M&A를 추진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다. 세 번째로 성장과 확장 전략을 통해 사업구조가 넓어졌다면 M&A를 통한 재편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점진적 변화만을 추구할 때는 자발적 재편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화학산업계는 위기의식을 말하지만 구체적 대응 측면에서는 아직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사업구조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지 철저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 사업구조 개선과 성장동력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임지수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jslim510@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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