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실적 1위 넘어 '따뜻한 금융'으로 고객 껴안다

입력 2014-05-16 07:10  

Cover Story - 신한금융그룹

'고객가치'는 금융업 본질
신한은행 직원평가에 고객수익률 항목 신설

부실채권, 금융사 최저 수준
해외서도 혁신전략 벤치마킹
과정 중시 '등로주의' 선언



[ 박신영 기자 ]
실적 악화, 잇따라 터지는 비리 탓에 금융회사들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점포 축소, 구조조정 징계 등 흉흉한 소식만 들리는 게 요즘 금융가 풍경이다. 그런 가운데 비용 절감, 인력 축소와 같은 축소 지향적인 대책 대신 ‘금융의 본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새 길을 찾기 위해 깃발을 들고 나선 곳이 있다. 신한금융그룹이다.

이런 고민은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던진 화두에서 시작됐다. 그는 연초 임직원들에게 “목표 달성의 과정을 중시하는 ‘등로(登路)주의’에 입각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 이것은 바로 신한에 주어진 생존의 문제”라며 “금융인의 본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등산용어인 등로주의는 정상을 정복하는 ‘등정’보다 등반하는 과정을 중시하자는 의미다. 고객의 자산이 불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다 보면 신한금융의 수익성도 정상에 도달해 있을 것이란 믿음이 담긴 경영방침이다. 한 회장이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는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따뜻한 금융’과 ‘등로주의’로 금융가 새바람

신한금융이 새 화두를 들고 나오자 금융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6년 연속 순이익 1위를 이어올 정도로 실적이 좋은데 굳이 힘든 시기에 모험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다.

신한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안정적인 실적으로 위기의 시대를 헤쳐왔다. 올 1분기 순이익도 전 분기보다 63%나 늘어난 5584억원으로 전체 금융그룹 중 1위다.

안주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신한금융은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최근 금융회사들의 신뢰가 추락하는 등 향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에서다. 신한금융은 한발 비켜 나 있긴 했지만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고와 비리가 잇따르면서 금융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바닥에 깔고 있다.

이런 불신과 혼란의 상황은 사실 신한금융이 3년여 전부터 내건 ‘따뜻한 금융’이라는 슬로건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한 회장은 당시 은행 보험 카드사 등 계열사들이 실적을 올리려고 상품을 팔기보다 고객의 수익을 올려주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가 ‘등로주의’를 들고 나온 것도 ‘따뜻한 금융’의 실천이 더 중요해졌음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열사 중에선 신한은행이 먼저 나섰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부터 행원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 수익률’ 항목을 신설했다. 고객이 맡긴 자산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해 3%의 배점을 부여한 것이다. 경쟁 은행에서 고객을 얼마나 뺏어 왔는지만 보지 않고 고객에게 얼마나 도움을 줬느냐를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이 개선안은 현재 자산관리(WM)그룹,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에 우선 적용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전 영업점 직원에게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리스크 관리와 혁신 전략…해외서도 유명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도입한다 해서 신한을 금융그룹 1위로 이끈 지금까지의 방식을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한금융의 저력은 무엇보다 뛰어난 리스크관리 능력에서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한금융의 2013년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26%로 한 해 전보다 0.08%포인트 하락, 4대 금융그룹 중 최저 수준이다. KB 우리 하나 등 나머지 금융그룹들은 지난해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일제히 상승한 것과 잘 대비된다. 대출은 정상ㆍ요주의ㆍ고정ㆍ회수의문ㆍ추정손실 등으로 분류되는데, 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의 부실이 ‘고정이하여신’에 해당된다.

부실이 적은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용카드 부문의 부실채권을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등 건전성 강화를 우선한 결과로 분석한다. 무리한 자산불리기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접근도 신한금융의 장점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자산증가율은 2.0%로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성장이 더디더라도 우량자산 위주의 튼튼한 구조를 만들자는 리스크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은행에만 의존하는 대부분 금융지주회사들과 달리 카드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역할분담이 잘 되는 점도 신한금융이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다. 지주사 설립 이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비은행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온 덕분이다. 특히 2007년 인수한 LG카드는 오늘날 신한카드를 명실상부한 업계 1위로 만들며 신한금융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 결과로 신한금융의 이익은 은행과 비은행 부문(카드 금융투자 생명 캐피털)에서 고루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각각 62%와 38%로 집계됐다. 은행 비중이 90%를 넘나드는 다른 금융그룹과는 다른 모습이다.

신한금융그룹의 이 같은 성공적인 행보는 해외에서도 연구대상이다. 미국 예일대 MBA 과정 학생들이 지난 3월 방한해 ‘신한금융그룹의 이노베이션 전략’을 심도 깊게 공부하고 돌아간 이유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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