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펀드 사실상 제 2의 창업..투자 실패 인정 후 상무급 파트너 2명 승진
MBK 고가 인수 전략에서 신중한 투자로 선회.. ADT캡스 LIG손보도 신중
IMM, 산은 바이아웃 펀드로 변신..소수 지분 투자만으로 이익 내기 어려워
이 기사는 05월07일(11: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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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가 펀드 투자자(LP)들이 모인 총회 자리에서 “투자 손실을 끼쳐서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토종 사모펀드(PEF) ‘아이콘’이었던 이 회사는 출범 9년만에 처음으로 1호 펀드 자산을 감액했다고 이날 LP들에게 보고했다. 총회에 참석한 LP 관계자는 “LP 연례 총회에서 변 대표가 사과한 것은 처음”이라며 “제 2의 도약을 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출범 10년째, 덩치를 키운 국내 토종 사모펀드들이 ‘재도약’을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과거에 잘못했던 일부 투자 건들로 인해 평판과 신뢰가 추락할 조짐을 보이자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보고펀드 제 2의 창업
보고펀드는 이날 안성욱 이철민 상무를 공동 파트너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존 4명의 공동 대표들과 동등하게 지분을 나눠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 관계자는 “창업자와 신규 파트너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앞으로는 중견기업 바이아웃(경영권 인수합병) 부문에 특화한 경쟁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는 국내 1위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변신’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MBK는 인수합병(M&A) 시장에 ‘좋은 물건을 비싸게 산다’는 인식을 줬다. ‘빅3; 케이블 방송사 씨앤앰이 대표적이다. 비싼 값을 주고 사니 이익을 남기고 되팔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ING생명 인수 때부터 전략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경쟁 후보였던 KB금융지주, 동양생명보다 4000억원(20%) 가량 낮은 가격을 제안하고도 승자가 됐다. MBK는 올해 ADT캡스, LIG손해보험 인수전에서도 유력 후보로 지목됐지만, 기업 가치 산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PEF업계가 ‘혁신과 변화’를 고민하게 된 이면엔 위기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출범 10년째가 되면서 연기금들은 운용사를 평가하는 기준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반면 대형 PEF 들은 대부분 자금 회수(엑시트)에 실패한 투자건들을 한두건씩 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15개 PEF 운용사들의 투자한 기업들은 분석한 결과, 5년 이상 된 매물 총 9건, 투자 원금은 5조7400억원에 달했다. 평균 보유 기간이 6년6개월. 평가 손실이 향후 1~2년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송인준 IMM PE 대표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PEF산업은 아직 초기단계”라며 “투자 한 두 건 실패가 운용사 운명을 좌우할 수 있어 투자 대상을 고를 때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H&Q 코리아는 투자 실적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국민연금으로부터 경쟁 심사없이 2700억원을 유치해 PEF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2009년 투자한 에스콰이어가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하면서 평판에 흠집이 생겼다는 비아냥을 듣는다. MBK도 아직 엑시트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LP들은 판단하고 있다.
◆IMM PE, 산업은행 바이아웃 투자로 선회
우후죽숙 생겨나는 PEFE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펀드 전략을 바꾸는 곳들도 늘고 있다. IMM PE와 산업은행은 소수 지분 투자 위주 전략을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전략을 바꾸기 위해 ‘산고’를 겪고 있다. IMM PE는 성장 기업에 일부 지분을 투자한 후 기업공개(IPO) 등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랙 레코드(실적)를 인정받아 2013년 7400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종전보다 2배 이상 커진 규모다. 이후 ADT캡스, 우리F&I, 농우바이오, LIG손해보험 등 대형 바이아웃 딜에 빠짐없이 인수 후보로 등장했다. 펀드 약정액(6조원) 기준 국내 2위 운용사인 산업은행도 그동안 적극적으로 보지 않았던 바이아웃 시장을 기웃거린다. 김형종 산업은행 사모펀드 본부장(부행장)은 “PEF 시장에 자금이 많아지면서 경영권을 갖지 않는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PE, 우리PE, KTB PE 등 은행 증권 계열 PEF 운용사들은 이들 운용사들은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 투자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재기’를 노린다.이들은 2004년 말 국내 PEF 제도 출범직후 펀드를 만들었지만 투자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최근 블라인드(투자 대상을 사전 약정하지 방식) 펀드 자금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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