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내 과거를 지워주세요"

유럽사법재판소 '잊혀질 권리' 첫 인정
구글에 개인정보 삭제요청 갈수록 확산


[ 안정락 기자 ] 유럽연합(EU) 최고재판소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최근 온라인상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개인들이 자신의 과거 정보를 지워 달라고 구글에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 BBC는 15일(현지시간) “온라인상의 잊혀질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ECJ 판결 여파로 유럽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서 검색 정보 삭제 요청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한 정치인은 ECJ의 판결에 고무돼 재임 중 자신의 활동과 관련한 기사 검색 결과를 삭제해주도록 구글에 요구했다. 아동 성폭력 사진을 소유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또 다른 남성은 검색 정보에서 자신에 대한 판결 내용을 지워줄 것을 청원했다. 한 의사는 자신에 대한 환자들의 부정적 평가를 검색 결과에서 삭제해 달라고 신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개인들의 검색 정보 삭제 요청은 앞으로 구글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야후 페이스북 위키피디아 등 다른 인터넷 회사로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ECJ 재판부는 지난 13일 스페인의 한 변호사가 낸 소송에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며 “부적절하거나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구글을 상대로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을 놓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사적 검열’의 길이 열려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아동 성범죄 기록 등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정보를 없애는 용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잊혀질 권리가 힘 있는 자들이 ‘과거를 덮는 권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썼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