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농지 소유 길 열어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 정부가 올해 법인세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 확대를 유도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외국인력 영입도 확대하고, 농업개혁을 포함한 규제 완화 등 구체적인 실천계획도 마련하기로 했다. 일본 언론은 양적완화(첫 번째 화살)와 재정지출 확대(두 번째 화살)에 이어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 2탄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내 법인세 인하 승부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전날 열린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법인세를 성장 지향적인 구조로 개혁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연말까지 기다리지 말고 굵직한 정책을 보여달라”고 지시했다고 16일 보도했다. 다음달 발표할 성장전략 개정판에 법인세 인하 등 감세 방안을 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시한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2015년도부터 (실효세율을) 인하하는 정책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법인세를 경쟁국 수준인 25%까지 내리는 것을 목표로 수년 내 20%대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 폭과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아베 정권이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 법인 실효세율은 현재 35%로 중국(25%), 한국(24%) 등 경쟁국은 물론 아시아 평균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또 다른 총리자문기구인 규제개혁회의에서는 지난 14일 농업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하는 기업에 대해 농업생산법인의 100% 출자를 인정하는 농업개혁안을 마련했다. 기업이 농업법인을 통해 농지를 완전히 소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국가전략특구의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이나 가사 보조, 외국인 영입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구 내 외국인을 받아들이기 위한 구체적인 업종과 기간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약발’ 다한 통화·재정정책
일본 정부는 지난해 6월 세 번째 화살의 1탄 격인 성장전략 방안을 발표하면서 △산업 부흥 △전략시장 창조 △국제화 계획 등 3개 전략 분야와 13개 추진과제를 선보였다. 하지만 뜬구름 잡는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시장의 싸늘한 평가를 받았다.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세부 대책과 소요재원 확보 방안 등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좀 더 구체적인 성장전략 방안을 내놓은 배경이다.
올 들어선 아베노믹스 ‘약발’로 오르던 증시도 부진한 모습이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56% 오르며 선진국 증시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2% 이상 급락했다. 외국인이 연초부터 이달 9일까지 팔아치운 주식만 2조3000억엔어치에 달한다.
일본의 향후 경제성장 경로에 대한 의문이 커진 탓이다. 엔화 약세가 수출 증가로 이어져 기업실적이 개선되고 임금 인상과 투자, 소비 확대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수출은 예상만큼 늘지 않았고, 오히려 수입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 적자폭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야카와 히데오 후지쓰종합연구소 특별연구원은 “앞으로 일본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추가 양적완화를 통한 수요 창출이 아니라 개혁과 성장전략을 통한 공급 확대”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악화다. 일본 정부는 과세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결손금을 흑자와 상쇄하는 결손금이월공제제도를 축소하는 한편 감가상각제도를 개선해 세수를 메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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