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공식 출마선언하자 현대통신 저점대비 200% 뛰어
박원순주 모헨즈, 4월 이후 여론조사 앞서자 꾸준히 상승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많아…금감원 "테마주 예의주시"
[ 허란 기자 ]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테마주’가 어김없이 화제다.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나 정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특히 서울시장 후보 테마주가 출렁인다. 전문가들은 실적 근거가 빈약한 정치 테마주는 ‘거품’이라고 경고하지만 일거에 투자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어서 입질이 끊이지 않는다.
◆초반 앞서간 정몽준 테마주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요즘 가장 뜨거운 정치 테마주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관련주인 코엔텍과 현대통신이다. 코스닥 폐기물처리업체 코엔텍은 현대중공업이 2대 주주다. 정 후보는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다. 코스닥 홈네트워크업체인 현대통신은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내흔 씨가 대표란 이유로 ‘정몽준 테마주’로 분류된다.
반년 전만 해도 잠잠했던 이들 회사 주가는 정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가 가시화되면서 급등했다. 정 후보가 출마를 공식 발표한 지난 2월26일, 코엔텍은 4000원을 찍으며 지난해 11월15일 대비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날 현대통신은 5090원을 넘기며 저점(지난해 10월4일) 대비 200% 이상 뛰었다.
지난달 7일 여론조사 결과 정 후보가 43.8%로 박 시장(42.7%)을 역전한 게 재확인되자 현대통신은 장중 5570원의 최고점을 기록했다. 코엔텍도 4310원으로 9% 급등했다.
◆지지율 덫에서 벗어난 박원순주
박원순 테마주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26일 박 시장이 정 후보에게 역전당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다음날 코스닥 레미콘업체인 모헨즈 주가가 6% 이상 떨어졌다. 이 회사 김기수 대표가 박 시장이 몸담았던 아름다운재단에서 운영이사로 일한 적이 있어 모헨즈는 박원순 테마주로 꼽힌다. 휘닉스홀딩스도 이날 장중 최저점인 2655원을 기록했다. 휘닉스홀딩스는 박 시장과 경기고 동창인 홍성규 회장이 이끄는 보광그룹 계열 광고대행업체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판세는 다시 역전됐다. 막내아들의 ‘미개인’ 발언으로 정 후보가 공개 사과를 한 지난달 21일 정몽준주는 10% 이상 급락했다. 반면 박원순주인 모헨즈와 휘닉스홀딩스는 각각 13%, 5% 상승했다. 정 후보는 지난 12일 새누리당 경선후보로 최종 당선됐지만 그 효과는 하루도 못 갔다.
◆금융당국 “정치테마주 주시”
증시 전문가들은 정치테마주는 실제 연관관계가 모호하고 실적과 무관하게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품이 꺼지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기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유력 후보 관련 테마주로 묶인 147개 종목은 그해 9월 최고 62.2%까지 상승했던 수익률이 대선 전날 0.1%까지 폭락했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2012년 대선 테마주 147개 중 49개(33.3%) 종목에서 불공정 거래 혐의가 적발됐다. 차종엽 금감원 테마기획조사팀장은 “정치테마주의 주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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