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데이터 SNS로 활용…한국형 '링크트인' 목표
[ 박병종 기자 ]
명함 관리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느끼는 공통적인 골칫거리다.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한 장 한 장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게 된다. 명함 정리를 위한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있긴 하다. 명함 사진을 찍으면 광학문자판독 프로그램(OCR)이 문자를 인식해 자동으로 입력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다양한 글씨체와 디자인의 명함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수많은 사용자가 잘못 입력된 문자를 다시 채워넣느라 불편을 느껴왔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 스타트업이 있다. 사람 손으로 명함을 직접 입력해주는 서비스인 ‘리멤버’를 내놓은 드라마앤컴퍼니다.
○역발상 명함 관리 서비스
리멤버를 운영하는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누군가 내 명함 정리를 대신 해준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리멤버를 시작했다”며 “리멤버는 ‘나만의 명함관리 비서’”라고 말했다. 앱으로 명함을 촬영하기만 하면 100여명의 타이피스트가 실시간으로 명함을 입력해 준다.
사람이 직접 명함 내용을 입력하는 방식은 언뜻 원시적으로 보인다. 현재 리멤버가 무료 서비스인 점을 고려할 때 인건비도 문제다. 최 대표는 “한국에서 명함을 사용하는 인구는 1500만명 정도 된다”며 “명함 입력 비용을 개당 50원으로 잡을 경우 7억5000만원이면 한국의 모든 명함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거듭난다는 복안이다.
최 대표는 KAIST 재학시절 온라인 쇼핑몰 사업 경험이 있다. 실적이 나쁘진 않았지만 경영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들어갔다. 6년간 실력을 쌓은 최 대표는 ‘조언자로 만족하기보다는 실행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프로필미’라는 스타트업에 공동대표로 합류했다. 프로필미는 모바일 명함 서비스로 종이 명함을 대체하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종이 명함을 교환하는 오프라인 비즈니스 문화는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형 링크트인 되겠다”
최 대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예 회사를 인수해 사명을 드라마앤컴퍼니로 바꿨다. 종이 명함을 대체할 수 없다면 이를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리멤버 서비스를 구상했다. 서비스가 개발되기도 전에 사업계획서만 달랑 들고 투자사들의 문을 두드렸다. 회사의 비전을 높이 평가한 벤처투자사와 정부에서 10억원을 유치했다.
최 대표는 “프로필미가 비타민이었다면 리멤버는 진통제”라고 말했다. 편리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던 프로필미에 비해 리멤버는 명함 관리의 고통을 당장 없애주는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명함은 주소록 형태로 저장돼 열람이 편리하고 앱에서 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 수도 있다.
리멤버의 목표는 한국형 ‘링크트인’이 되는 것이다. 최 대표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SNS인 링크트인은 온라인 이력서를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했지만 한국에서는 이 모델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이력서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는 “명함이라는 오프라인 매체로 시작해 온라인 네트워크로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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