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무총리 산하로 국가안전처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번 대국민담화에서는 국가안전처 조직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그동안 국민의 안전과 재난을 관리하는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서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컨트롤타워의 문제도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국가안전처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안전처를 만들어 각 부처에 분산된 안전관련 조직을 통합하고,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서 육상과 해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유형의 재난에 현장 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국가안전처 조직을 보면 대형재난에 대비하는 부서는 크게 육·해·공 3가지로 나뉘게 됐다.
육상 재난은 현장의 소방본부와 지방자치단체, 재난 소관부처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해상 재난의 경우 서해·남해·동해·제주 등 4개 지역본부로 구성된 해양안전본부에서 총괄해 현장 구조·구난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항공 재난을 비롯해 에너지·화학·통신 인프라 등 사회 발전으로 인해 다양화하는 각종 재난에 대해서는 특수재난본부를 설치해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첨단장비와 고도의 기술을 갖춘 특수기동구조대를 국가안전처 산하에 신설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군이나 경찰특공대처럼 각종 유형별 재난에 대한 끊임없는 반복훈련을 통해 '골든타임'의 위기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고 직후 초동대처가 제대로 안돼 세월호 안에 갇힌 승객을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가안전처에 안전관련 예산 협의권과 재해 예방에 관한 특별교부세 배분 권한을 부여, 재난 발생시 다른 부처에 대한 '눈치보기식' 대응이 신속한 초동 대처를 주저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방지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정부 관료 가운데 재난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국가안전처를 전문가 중심의 새로운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안전처 구성원 선발을 전문가 위주의 공채로 진행하며, 순환보직도 엄격히 제한해 전문성을 계속 키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수십년간 '계급제'로 이어져 온 공무원 사회에 전문성에 맞춰 인원을 선발하는 '직위분류제'로의 개혁이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국가안전처가 신설되면 국민 여러분과 재난안전 전문가들의 제안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그리고 11년째 진전이 없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도 조속히 결론을 내서 재난대응 조직이 하나의 통신망 안에서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고 견고한 공조체제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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