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여의도3]증권사 시계 멈췄다…"남은 직원도 죽을 맛"

입력 2014-05-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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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현/강지연 기자 ] #1. A증권사는 최근 경영전략, 광고, 홍보 등의 3개 팀을 한 개 팀으로 합쳤다. 팀 내 인력도 3분의 1로 줄였다. 기존 한 개 팀 수준의 인력이 3배로 늘어난 업무량을 받게 된 셈이다.

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국 포기하는 업무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다른 팀 내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 B증권사 역시 인력 공백에 시달리고 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평균 일주일이면 해결될 일이 두 배 가량 늦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입사원도 들어오지 않아 한 번 빠진 인력이 채워지지 않으니 업무는 고스란히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의 관계자는 "부족한 인력도 문제지만 침체된 사내 분위기가 가장 큰 적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업무 공백, 뜸해진 신입 공채, 침체된 사내 분위기 등 '내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의 시계가 멈췄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한화투자증권도 여전히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최소한 1년 정도는 시간이 지나야되지 않겠느냐"며 " "업무 프로세스 등이 개편되긴 했지만 이들이 전부 정착됐다고 보기엔 어렵고 결과가 나타나기엔 구조조정 이후 시간이 짧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고강도 구조조정을 선언한 한화투자증권은 총 345명을 구조조정했다.

내년 1월 합병을 앞두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NH농협증권우리투자증권 내부도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가 이전과 같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귀띔했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현대증권도 분위기가 안 좋긴 마찬가지다. 앞서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등 금융 3사를 재산신탁방식으로 매각키로 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현대증권 직원들은 매각 일정, 구조조정 계획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 처음 매각 보도가 나왔을 때는 매우 당황했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는 조용히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매각된 후 구조조정, 통폐합 여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삼성증권도 업황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달 11일 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근속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다고 발표한 후 전체 임직원(2736명)의 10%가 짐을 쌌다. 직원 수가 급감하고 지점이 통폐합되면서 남은 직원들은 업무 부담이 커진 상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남은 직원들은 그간 못했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며 "업무 부담은 커졌지만 업황 불황 등의 여파로 불가피하다는 것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근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증권업계의 1분기 실적이 개선되면서 업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지현 / 강지연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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