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방송·통신시장은 경쟁의 칸막이가 급격히 붕괴되는 중이다. 어느 사업자가 보다 넓은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이다. 케이블 등 미국 유료방송업계의 위기감도 넷플릭스 등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의 등장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통신사업자까지 방송에 뛰어들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 결과 방송시장은 콘텐츠를 가진 케이블·위성사업자와 콘텐츠가 없는 통신사업자 간 무한경쟁 무대로 변하고 말았다. 결국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절박감이 메가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망 사업자(ISP)와 콘텐츠 사업자 간 망 이용료를 둘러싼 신경전 역시 이런 무한경쟁의 결과임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일련의 메가딜은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차원에서도 그 함의가 적지 않다. 당장 국내시장만 봐도 그렇다. 케이블시장은 정체 국면에 접어든 반면 인터넷TV(IPTV),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등이 급부상 중이다. 인터넷 망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가 갈등을 빚는 것도 미국과 유사하다.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인수합병이 하나의 돌파구를 여는 카드일 수 있다. 그러나 온갖 규제로 둘러싸인 국내 방송·통신시장에서는 메가딜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한다. 시장재편은커녕 전송료 갈등이나 휴대폰 보조금으로 인한 영업 중지 따위의 소모적 논란만 넘쳐난다. 이러다 우리만 낙오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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