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태윤 기자 ] “한국 대학생들과 경쟁하기 정말 어려워요. 중국어를 아무리 잘해도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고 인적성 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지곤 한답니다.”
지난 15일 롯데백화점이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한 현지 한국인 유학생 인턴 채용설명회에서 만난 한성원 씨(여·23)의 푸념이다. 중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중학교 3학년 때 유학길에 오른 그는 현재 베이징대 역사과 4학년생으로, 7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중국인들과 경쟁하며 수석 졸업한 실력파다.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다니면서 삼성전자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했고 외교부의 독도지킴이 인턴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취업하려고 원서를 낼 때마다 고배를 마셨다. 한국 기업들의 채용 시스템에 어두운 탓도 있지만 인적성 시험을 준비할 겨를이 없어 경쟁 자체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틀 뒤 롯데가 상하이에서 연 인턴 채용설명회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성적이 우수한 선배들도 한국 기업에 입사하지 못하고 취업을 위해 미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상하이 최고의 경제·금융 전문 대학인 차이징(上海財經)대에 다니는 김준 씨(국제금융 4학년·26)는 중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들이 취업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렇게 얘기했다.
중국 기업들은 비자 문제 때문에 한국 유학생 채용을 한사코 꺼린다.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전문가가 필요한 한국 기업들은 한국 취업준비생보다 ‘스펙’이 달린다는 이유에서 유학생 채용에 신중하다고 한다. 일부 기업은 중국 내 초기 유학생에 대한 곱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게 현지 유학생들의 지적이다. 물론 예전에는 국내에서 경쟁하기 어려워지자 부모의 권유로 중국행을 택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중·고교 시절에 중국 유학을 결심한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별도 채용 시스템이 없는 탓에 중국 현지 유학생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 시장 공략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능력 있는 현지 한국 유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별도 채용시스템을 도입해볼 만할 것 같다.
공태윤 산업부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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