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직원들이 그만뒀지만 저는 이 일이 재미있어요. 공장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할 수 있는 일 중에는 좀 더 전문적인 일이기도 하구요.”
서울 금천구에 있는 동일여상을 졸업하고 2012년 10월 주식회사 방림에 입사한 이수정 씨(영업2팀 미주과)는 “현재 하고 있는 해외영업 관련 일이 제 적성에 꼭 맞다”며 이렇게 말했다. 입사한 지도 어느덧 1년반이 지났다.
1962년에 설립된 방림은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역사를 대표해온 세계적인 종합 섬유회사다. 서울 상암동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국내 안산 및 구미 공장과 베트남 공장에 현대화된 원단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수출과 내수비율이 6 대 4로 수출비중이 높다. 한국에는 섬유재를 만드는 원자재가 없어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생지(가공 전의 원단)를 만든다. 그 생지를 구입해 가공한 후 해외로 수출한다. 이씨는 미주지역에 납품하는 원단의 배송, 서류준비, 바이어에게 돈을 받는 과정 등에 직접 관여한다.
<공장사람들과 트러블이 가장 힘든 일>
이씨가 방림에 입사한 것은 담임선생님의 추천에 의해서였다. 그는 고등학교 때 전혀 취업 준비를 하지 않았다. “성적은 상위 2% 내외로 좋았지만 제가 가진 건 성적 뿐 이었어요. 흔한 자격증 하나 없었죠. 정신을 차려보니 친구들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들어간 사이에 3학년 2학기가 지나고 있었어요.”
마침 방림 인사과에서 동일여상에 추천서를 보냈다. 회사에 입사한 동일여상 출신들이 일을 잘한다고 판단한 덕분이었다. 당시 동일여상 3학년 다섯 명이 면접을 봤다. 모집파트는 해외영업팀으로 정해져 있었다. 이 추천으로 합격한 2명에 이씨도 포함됐다. 선배 덕을 본 셈이다.
이씨는 입사 당시 방림이라는 회사도, 해외영업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취업 후 한 달이 지날 즈음에는 정말 그만두고 싶었어요. 무서운 공장 사람들을 대하는 게 힘들었고 모든 서류가 전부 영어였거든요.” 미주팀에 소속돼 있었으니 모든 서류가 영어로 씌어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 해외영업은 영어를 쓰지 않는 나라와도 영어로 서류가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는 필수다.
특히 공장사람들과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도 많았다. 출고를 할 때 공장에서 요구하는 서류나 포장 등이 완벽하지 않았을 때다. 출고 관리 담당자들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업무 초반에는 컨테이너 출고 시 출고전표를 보내는데, 그 출고전표를 늦게 내려 고함소리를 들었어요. 당시에는 전표를 빨리 내려야 출고를 하는지 몰랐거든요.”
이를 악물고 전산프로그램을 다루는 것부터 바이어들에게 가는 서류, 항만까지 출고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전문적인 일을 3~4개월 동안 닥치는 대로 배웠다. 일이 손에 익기까지는 1년 정도가 걸렸다.
<“모든 일에 능숙한 ‘무역전문가’ 되고 싶어요”>
영업사원이 오더 진행을 하면 그에 맞춰 공장에서 물건이 생산되고, 해외로 수출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여기서 이씨는 서류처리, 배송, 클레임 처리, 해상보험 처리 등 해외영업 전반을 담당한다.
클레임은 주로 바이어가 원단 샘플을 받고 나서 하자가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 납득이 가는 클레임에 대해선 보상을 해주기도 하지만, 큰 분쟁이 일어나면 소송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클레임 처리와 클레임 보고서를 올리는 일도 이씨가 맡고 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아침 8시에 출근해 바이어가 보낸 메일을 확인하고, 출고해야 하는 날에는 물건납품이 완료됐는지 확인한다. 수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때까지 서류를 체크하고 클레임이 생기면 클레임을 처리한다. 해외영업팀은 13명으로, 이씨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4명이다.
그의 연봉은 2300만원 수준이다. 연말 성과급이 따로 있어 작년에는 130%의 성과급을 받았다. 고졸자들에게 전문적인 부분을 맡기는 게 중견기업 방림의 장점이다.
원래 근무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인데, 이씨가 아침 8시에 출근하는 이유는 올해부터 대학에 진학해 매일 오후 5시에 퇴근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의 배려로 가능했다. 배화여대 국제무역학과에서 실무위주의 수업을 들으며 업무에 도움되는 부분을 찾고 있다. 이씨는 “일하며 대학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들지만 재미도 있다”며 “내가 선택한 것이었기 때문에 힘든 것도 참아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어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씨는 무역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다. “바이어와 상담해 직접 계약을 하고 물건이 배송될 때까지 모든 일에 능숙한 무역 전문가가 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
이학명 한경매거진 기자 mrm9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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