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높인 에코십 확산…'물 만난' 조선…'물음표' 해운

입력 2014-05-20 21:32   수정 2014-05-21 03:47

환경규제 연말부터 시행
조선업계 새 먹거리로 부상
해운업계는 투자 부담 커져



[ 이상은 기자 ]
선박의 연료 효율성을 크게 높인 ‘에코십(eco-ship)’이 조선·해운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조선사들은 늘어나는 에코십 일감을 반기는 반면, 해운사들은 에코십 확보를 위한 비용 부담에 울상이다. 에코십은 선박을 대형화하고 선형을 개선해 기름을 종전보다 20~30%가량 덜 쓰고도 같은 효율을 내면서 새로운 국제 환경규제를 충족하는 친환경 선박을 말한다.

조선·해운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유해물질·평형수 등의 환경 관련 규제가 이르면 올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비용 경쟁에서 밀리고 환경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기존 선박들이 에코십으로 완전히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새 먹거리

에코십의 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한동안 원가에 못 미치는 저가 수주로 버텨야 했던 국내 조선업계에 단비나 다름없다. 머스크(덴마크), MSC(스위스), CMA-CGM(프랑스), 스콜피오(미국) 등 글로벌 해운사들이 연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잇달아 새 선박을 대량으로 주문하고 있어서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2010년 이후 ‘에코십’으로 분류되는 선박을 각각 103척(140억달러)과 90척(130억달러) 수주했다.

에코십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머스크는 2011년 대우조선해양에 ‘트리플-E’라는 1만8270TEU급 컨테이너선(사진) 20척을 한꺼번에 주문해 7척은 이미 인도받았다. 내년까지 20척이 모두 건조된다. 이 배를 만드는 김만수 대우조선해양 구조설계팀 전무는 “엔진을 두 개로 만들고(쌍축선), 배 아랫부분을 날씬하게 만들어 연료 효율성을 종전보다 22%가량 높였다”고 설명했다. 달리 말하면 머스크는 그만큼 운임을 낮출 여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김 전무는 “원래 수명이 20년인 배를 10년만 사용하고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폐선하는 현상이 해외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조선사들로서는 신규 수요가 창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다시 벌릴 기회라는 점도 국내 조선업계에는 큰 호재다.

○해운업계엔 고민거리

반면 배를 주문해야 하는 국내 해운사들에는 에코십이 오히려 골칫거리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 해운사들은 금융위기 전 비싸게 배를 발주한 뒤 운임이 급락하는 통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연비를 높이고 새 규제를 충족하는 에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새 배를 살 돈은 부족한 형편이다. 이대로는 경쟁에서 밀린다는 위기감이 크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기존 선박을 개조해서 연비를 개선했다 하더라도 머스크의 트리플-E와는 경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종관 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각종 환경규제가 예고돼 있는 것도 해운사들에 큰 부담”이라며 “해운사들이 금융위기 전 비싼 값을 치르고 산 배들은 새 규제를 충족하지 못해 입·출항을 거부당하고 쓸모없는 배가 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세대 에코십 경쟁도 시작

단순히 규제를 충족하고 연비 경쟁력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아예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선박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른바 ‘차세대 에코십’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연료로 쓰는 선박들이 이 부류다.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고 석유가격 상승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는 “국내 해운사들이 에코십 경쟁에선 한 발 뒤진 것이 사실이나, LNG 연료선과 같은 차세대 에코십 분야에 적극 투자하면 머스크 등 대형 선사와 경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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