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칭다오에 현지공장
세계2위 CNH에 OEM 공급
3년 만에 매출·영업익 2배
[ 남윤선 기자 ]
LS그룹은 최근 수년간 성장이 정체됐다. 2~3년간 그룹 전체 매출이 27조~30조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LS전선과 LS산전은 신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엔 한 계열사가 원자력발전소에 불량 부품을 납품했다가 적발돼 그룹 분위기도 크게 침체됐다.
이런 가운데 LS엠트론이 ‘나 홀로’ 성장을 일궈 눈길을 끌고 있다. 트랙터, 휴대폰 부품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7967억원, 영업이익 670억원을 기록하며 2010년 대비 두 배 넘게 성장했다. 업계에선 2015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배씩 더 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올 1분기 영업이익(260억원)에선 LS전선을 제치고 그룹 내 2위를 차지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LS전선 소속이던 LS엠트론이 8년 만에 ‘청출어람’을 이뤄낸 셈이다.
2008년 LS전선에서 분리된 LS엠트론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사업은 트랙터다. 트랙터 사업에 잔뼈가 굵은 심재설 사장(사진)은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2008년 1000억원대였던 LS엠트론의 트랙터 매출은 올해 7045억원으로 7배 넘게 커질 전망이다.
세계 트랙터 시장 규모는 농업용 트랙터 기준으로 60조원에 달한다. 삼성, LG 등이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40조원 규모의 LED(발광다이오드)조명시장보다 크다. 시장 전망도 밝다. 세계 인구 증가로 농산물 수요도 늘고 있어서다.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도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농업 기계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트랙터 세계 점유율 1위인 미국 존디어의 매출은 30조원을 웃돈다.
LS는 1977년부터 트랙터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1조원 안팎인 국내 시장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연간 매출은 1000억원 정도에 그쳤다. 기회는 사업 분할과 함께 찾아왔다. 심 사장은 “세계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했고, 마침 2009년 기회가 왔다. 엔고(高)로 세계 3위인 일본 구보다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고 LS엠트론은 구보다의 빈자리를 재빠르게 파고들었다.
2009년에 미국에 물류센터를 세웠고 2010년엔 중국 칭다오에 현지 공장을 설립했다. 마침 중국이 농업 기계화를 추진하며 트랙터 보조금을 늘리자 시장이 빠르게 커졌다. 2013년엔 브라질에도 현지 공장을 세웠다. 브라질엔 7200만㏊의 농작 가능 토지가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LS엠트론은 올초 세계 2위 트랙터 업체인 CNH와 5억달러(약 5120억원) 규모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계약을 맺었다. 올해 목표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이광원 LS엠트론 기계사업본부장(부사장)은 “2016년까지 트랙터 매출 1조원, 세계 5위권 진입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엔 LS전선을 중심으로 LS그룹을 봤지만, 앞으로는 트랙터 성장을 등에 업은 LS엠트론을 더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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