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취소 등 제재 못해
[ 김우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업계의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퇴직 공무원이 유관기관에 취직할 수 없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을 어기고 유관기관에 취업하더라도 처벌 수위는 고작 1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불과하고, 취업 취소 등 정부 제재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일반직 기준)이나 7급 이상 경찰·검찰·국세청 공무원에 대해 퇴직 전 5년간 근무했던 부서와 관련이 있는 민간 기업에 퇴직 후 2년간 재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퇴직 공무원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지 않고 민간 기업에 가더라도 정부가 내릴 수 있는 제재 수위가 낮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이 재취업을 하기 위해선 취업하고자 하는 날로부터 30일 전까지 소속 기관에 취업 제한 여부 확인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 받는 처벌은 과태료 1000만원 이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제한 범위를 기존 민간 기업에서 협회와 단체 등 유관기관으로 확대하고 취업제한 기간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도 ‘소속 부서’에서 ‘소속 기관’의 업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제한을 위반하는 공무원의 처벌 수위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2012~2013년 퇴직 공무원이 소속 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퇴직 후 민간 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는 79건이다. 이 가운데 심리가 끝난 47건 중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사례는 29건(62%)이었다. 과태료 100만원 이하가 11건, 100만~300만원 14건, 300만~500만원이 4건이었다. 최고 처벌 수위인 과태료 1000만원을 낸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오리온 고문과 GS 사외이사를 맡은 전 법무부 장관 L씨에게도 4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데 그쳤다.
공직자윤리위가 임의취업자를 파악한 뒤 법원이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까지의 기간이 1년 이상 등 길다는 것도 문제다. 그 사이 퇴직 공무원은 과태료의 몇 배에 달하는 연봉을 챙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2~2013년 공직자윤리위가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한 사례 79건 중 32건(40.5%)에 대해서는 법원 심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공직자윤리법을 어긴 퇴직 공무원을 적발하더라도 민간 기업 측에 취업 취소 등을 강제할 수 없다. 해당 공무원이 법을 위반해 취업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기업 측에 보내는 게 전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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