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막강해져 '강한 캐릭터' 필요
"또 법조인" vs "적폐 해소 적임자"
[ 정종태 기자 ]
“현 정국에서 안대희만한 카드가 없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지난달 말 여권의 한 핵심인사가 후임 총리와 관련, 내부의 분위기를 전하며 했던 말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후 청와대에 ‘안대희 카드’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안대희 전 대법관을 ‘세월호 구원투수’로 밀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비록 법조인 출신이긴 하지만, 기존 정 총리와는 ‘색깔’이 확연히 다른 데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맞서 ‘대립각’을 세웠을 정도로 강단있고 소신이 강한 인사라는 점이다. 둘째는 대검 중수부장 시절 한나라당을 궁지에 몰아넣은 ‘차떼기 수사’나 대선 때 정치쇄신특위를 총괄한 경력 등을 통해 개혁 성향이 분명히 각인된 점 등이었다.
◆‘받아쓰기 총리’는 더 이상 안돼
후임 총리 인선은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당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 됐다. 그동안 수첩에 의존해 ‘나홀로’ 깜짝 인선을 해온 관행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안 전 대법관을 새 총리 후보로 내정한 것은 스스로도 국정 운영 스타일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와 청와대 참모들의 얘기다. 여권 한 인사는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관료나 법조인 출신의 실무형 내각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면서 국민적 분노를 키우는 것을 박 대통령 스스로 지켜보면서 새로운 콘셉트의 내각을 짜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한 참모 역시 “이른바 ‘받아쓰기 총리와 내각’을 데리고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최대위기를 맞은 현 국면을 제대로 돌파하기 어렵다고 보고 민심 수습에 가장 적합한 총리 후보로 안 전 대법관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책임총리 실현될까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대로 향후 총리실이 국가안전처, 행정혁신처 등 핵심 기능을 흡수하며 권한이 막강해지는 만큼 새 총리도 여기에 걸맞은 ‘강한 캐릭터’가 필요했다는 얘기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 후보자는 대선 당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인사를 놓고 박 대통령과 부딪쳤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예스맨’은 아니지 않느냐”며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잘 수행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 스스로 이번 인사를 계기로 국정의 사소한 부분까지 내각에 일일이 지시하는 ‘만기친람’ 형에서 벗어나 신임 총리에게 실질적인 인사 제청권 등 상당한 권한을 이양하는 식으로 국정 운영에 변화를 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 후보자는 대선 캠프에서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며 책임총리제 실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정치쇄신안을 만들어 박 대통령의 공약으로 성사시킨 당사자다. 그런 만큼 과거의 ‘의전총리’ ‘대독총리’ 같은 이미지를 벗고 스스로 ‘책임총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또 법조인” 시각도
일각에선 정 총리에 이어 또다시 법조인 출신을 발탁한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만큼 안 후보자가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직사회와 정부 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안 후보자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평소 자기관리에도 철저해 ‘청렴’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 등에서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유리한 점도 이번 인사 배경으로 꼽힌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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