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자산 대부분 차명…'유병언法'이 대안

입력 2014-05-22 21:11   수정 2014-05-23 05:23

< 유병언法 : 차명재산까지 쉽게 환수할 수 있는 법 >

청해진해운 대출금 회수 통보…유병언 一家 재산 환수'산 넘어 산'

정부 구상권 청구'빨간불'
은행이 채권 회수 우선순위…계열사 유씨 개입 입증이 관건
소송땐 이겨도 오랜시간 걸려

구원파로 근저당 설정한 재산
부동산 24곳 270억원 달해…재산권 주장땐 압류 쉽지않아



[ 정소람 / 배석준 기자 ]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은행들이 서둘러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서 사고 피해자 배상 이후 회사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려던 정부 계획에 빨간 불이 켜졌다. 회사가 파산하면 직접적인 청구 대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일가가 소유한 타 계열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유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환수 작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은행권이 청해진해운으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부분이 담보 대출인 데다 받은 담보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향후 경매를 거쳐 은행이 원리금을 우선 회수할 수 있다”며 “만약 청해진해운이 지급 여력이 없다며 파산 절차를 신청한다고 하더라도 은행이 파산채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우선 변제 받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신용대출 등이 있기는 하지만 금액이 미미해 은행들은 이를 손실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에 대해 우선 배상을 한 뒤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에 구상권을 청구해 돈을 받아내려던 정부 방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채권을 우선 회수해 갈 권리가 있으므로 정부가 회사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돈은 그만큼 줄게 된다. 게다가 청해진해운이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면 정부로서는 청해진해운의 다른 계열사들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성우 법무법인 중정 변호사는 “계열사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원칙적으로는 별개의 법인격이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법인격 부인론’(별개의 회사가 아니라 직접 관계가 있는 회사라는 이론)에 따라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제한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유 전 회장이 오너라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실질적으로 계열사들에 업무 지시·집행을 했다는 증거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요건을 충족해 계열사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한다 해도 돈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계열사 소유 자산이 대부분 유 전 회장 명의가 아닌 차명 재산이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

또 유 전 회장 일가가 구상금 액수가 과다하다고 버티거나 사고 책임이 정부에 함께 있다고 주장할 경우 또 다른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은 “유 전 회장 일가가 구상권 청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하거나 압류한 재산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한다면 돈을 받아내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유 전 회장 일가가 세월호 사고 이후 회사 소유 부동산에 대해 구원파 신도 등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 재산 보호에 나서 환수 작업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일가의 건설 계열사 트라이곤코리아는 서울삼성동, 강원 고성군, 제주 서귀포시 등 부동산 24곳(270억원 상당)에 대해 세월호 사고 이후인 지난달 28~29일 구원파 신도 명의로 근저당을 설정했다. 근저당이 설정된 부동산은 국세청이 압류한다고 하더라도 구원파가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채권 행사의 우선순위를 다퉈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일반인의 범죄 수익에 대해 본인이 아닌 제3자 명의의 차명 재산까지 쉽게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유병언법’을 제정하는 것을 해법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특정인을 겨냥한 소급입법이라 위헌 시비가 나올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구상권

타인이 부담해야 할 채무를 대신 변제한 사람이 그 사람에게 해당 금액을 상환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

■ 근저당

앞으로 생길 채권의 담보로 저당권을 미리 설정하는 행위. 저당권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미리 특정 부동산을 담보물로 저당 잡아 둔 채권자가 그 담보에 대해 다른 채권자에 우선해서 변제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정소람/배석준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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