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환율의 경제학…수출은 울고 물가는 웃고

입력 2014-05-23 20:06  


경제는 흔히 살아 있는 생물에 비유된다. 그만큼 경제를 움직이는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즉 통화 환율 금리 등을 놓고 역사적 논란도 많았다. 이른바 ‘경제의 정석’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공식이 달라졌다.

글로벌 시대에는 경제 변수들이 더 복잡해진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셈법이 국가들 간에 서로 얽히고설키기 때문이다.

특히 통화가치(환율)는 무역·서비스의 국경이 허물어지는 글로벌 시대에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 변수다. 환율은 서로 다른 통화 간의 교환비율이다. 즉 한국의 원화 1원과 미국 통화 1달러의 교환비율이 1달러 대 1000원이라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0원이다. 환율 결정이론인 구매력 평가설에 따르면 통화 가치는 기본적으로 구매력이 결정한다. 1달러로 빵을 1000개 살 수 있는 반면 1원으로 같은 빵을 한 개밖에 못 산다면 동일단위(1달러, 1원, 1엔 등)의 달러 구매력은 원화의 1000배가 된다. 이 구매력의 차이가 바로 환율이다.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많다. 경제력을 중심으로 국력이 강해지면 그 나라 통화는 일반적으로 강해진다. 외환(외국 통화)과 국내 통화와의 수급도 환율을 좌우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 달러, 엔, 위안 등 외환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 원화가치는 그만큼 높아진다. 금리가 높을수록 해당 통화의 가치가 강해진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높은 통화를 보유하려는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자국의 통화가치가 강해지면 수출엔 부담을 주고, 물가 안정엔 도움을 준다. 따라서 수출을 늘려 경기회복을 꾀하려는 국가들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추려고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불거지면 국가들 간의 환율전쟁이 더 치열해지는 이유다. 수출로 경기회복의 물꼬는 트는 데는 환율처방이 가장 즉효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 반면 자국의 통화가치가 상승하면 해외 여행자나 유학생을 둔 학부모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줄어든다. 모든 경제주체를 만족시키는 환율정책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는 원고(원화가치 상승, 원·달러 환율 하락)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원화 강세로 채산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물건을 해외에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원화 강세로 한국 제품이 일본 제품에 밀리고, 중국 제품에 쫓기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4, 5면에서 통화가치 변동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환율·통화와 관련된 다양한 경제이론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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