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카카오와 다음은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통합 법인인 '다음카카오' 출범을 선언했다. 합병 형태는 기준주가에 따라 1 대 1.556의 비율로 이뤄진다.
통합 법인은 당분간 다음과 카카오가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운영한다. 다만 올 10월까지는 순차적인 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추진해 왔다. 현재 카카오는 장외 시장에서 11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를 감안한 가치는 약 3조원이다. 카카오는 단독상장 이후 시총이 최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돼 왔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약 5조690억원) 자리를 노릴 만한 규모다.
하지만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하면서 코스닥 시총 2위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다음의 시총이 1조59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형태다.
카카오는 그동안 국내증시 입성을 앞두고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카카오는 올 7월부터 '선물하기'를 통한 모바일 쿠폰 사업에 직접 뛰어든다. 기존 모바일 쿠폰 서비스업체인 SK플래닛(기프티콘), KT엠하우스(기프티쇼), CJ E&M(쿠투), 윈큐브 마케팅(기프팅)에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카카오는 송금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인 '뱅크월렛 카카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캐릭터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카카오 수익의 일등공신인 '게임하기'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 매출은 2108억원으로, 이 중 중개 매출이 약 84%를 차지했다. 중개 매출은 카카오 게임센터에 입점한 게임을 유료로 다운받거나, 아이템과 선물 등을 구입했을 때 일부 수수료를 받아 생긴 매출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카카오가 상장을 앞두고 무리하게 '선물하기'를 직접 운영키로 한 점이나, 수 많은 사업을 한꺼번에 시작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지적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단독 상장을 택했을 경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카카오 게임 이후에 이렇다 할 성장동력이 없었기 때문에 IPO 성공 여부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을 것"이라며 "큰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흡수합병이란 카드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측의 합병 자문사인 삼성증권은 해당 사실을 일부 부인했다. 삼성증권 측은 "카카오는 독자 상장과 우회 상장을 동시에 노리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택했다"며 "만약 다음과 합병이 성사되지 않았어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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