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소르망 "사이비 종교집단 제어할 특별법 만들어야"

입력 2014-05-26 21:26   수정 2014-05-28 17:05

아산정책연구원 초청강연

세월호 참사, 한국 현대사 전환점
'박애정신'에 기초한 3섹터 중요



[ 이해성 기자 ]
“종교를 빙자해 개인 및 특정 집단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이비집단을 차단할 특별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사진)은 26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이 마련한 초청강연 ‘시민의 안전과 국가’에서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종교의 ‘불가침(untouchable)성’을 이용해 탈세 등 불법을 자행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명백히 구분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국가를 시장이 지배하는 영리구역(profit sector), 정부가 지배하는 비영리구역 그리고 두 구역 간 간극을 메꾸는 3섹터로 나눴다. 그리고 3섹터는 박애주의적인 시민이 참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영리구역은 발달했지만 이번 참사에서 보듯 비영리구역은 유아기(infant)에 머물고 있다”며 “총체적인 난국이라 어느 한 곳을 처벌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해경 해체’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다른 조직을 만들어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3섹터를 성숙시키는 것이 향후 한국의 과제라고 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고 ‘국가개조’란 말도 부적절하다”며 “권한을 적절히 분산하고 책임을 3섹터로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섹터를 성숙시킬 방안으로 대학과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3섹터에서 박애정신을 발휘해 여러 활동에 참여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입학시키거나 채용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은 비정부기구(NGO)가 많아 3섹터가 발전할 여건이 좋다”며 “개인이 스스로 3섹터 경험을 축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기업이 뒷받침하지 않고 정부가 없다면 3섹터도 없다”며 “세 영역이 얽히고설켜 있는 만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발전이 선진국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소르망은 “이번 사건을 ‘비극적 기회(tragic opportunity)’로 삼고 각계각층이 참여해 근본 원인을 찾아 시정하기 바란다”고 강연을 맺었다. 지한파(知韓派)인 그는 칼럼니스트, 작가, 교수, 정치인 등으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정치인 등 엘리트 사관학교인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를 나와 파리정치대 교수,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초빙교수 등을 지냈으며 프랑스 총리실 전망위원회 위원장, 불로뉴빌랑쿠르 부시장 등도 역임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기부문화와 박애정신을 다룬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이란 책을 펴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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