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도 인정한 농협 'K멜론'의 당도 관리

입력 2014-05-26 21:58   수정 2014-05-28 16:51

현장 리포트

전국 단위의 116개 농가
공동으로 생산·판매
당도 미달땐 브랜드 못 달아

외국산 공세 속 매출 급성장
"한국의 제스프리로 육성"



[ 이현동 기자 ]
지난 23일 전북 익산의 윤현농장. 약 820㎡(25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민들이 부지런히 멜론을 따고 있었다. 이들은 수확한 멜론을 트럭에 싣고 익산원예농협 산지유통센터(APC)로 향했다.

APC 직원들은 비파괴선별장치를 통과한 멜론을 당도와 무게에 따라 분류했다. 이어 표면 흠집 등을 육안으로 꼼꼼하게 살펴본 뒤 하자가 없는 멜론들을 ‘케이멜론(K-melon)’ 이라고 적힌 상자에 담았다. 김상건 윤현농장 대표는 “농가는 출하·판매에는 신경 쓰지 않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 재배만 하면 된다”며 “이전보다 상자(8㎏)당 3000~4000원 정도 더 받는다”고 말했다.

케이멜론은 농협이 2010년 6월 선보인 전국연합 멜론 브랜드다. 현재 전국 27개 조합, 116개의 멜론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영농조합 시스템을 통해 세계적인 키위 브랜드로 성장한 뉴질랜드의 ‘제스프리’처럼 개별 농가를 조직화해 단일 브랜드로 키워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멜론은 다른 과일보다 재배가 까다로워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때문에 농협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품질 관리다. 지역 특성에 맞춰 만든 재배 매뉴얼을 농민들에게 제공하고, 연 2~3회 현장 컨설팅을 하고 있다. 농민은 재배일지를 작성하고, 수시로 품질평가를 받는 등 파종부터 수확까지 농협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수확시기 또한 사업단의 당도 측정을 통해 결정된다. 12브릭스 미만인 멜론은 케이멜론 브랜드를 달 수 없도록 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에도 농민들의 반응은 좋다. 익산 인근의 또 다른 멜론 재배 농민인 김찬경 씨는 “지난해 병충해를 겪을 때 농협의 조언으로 피해를 줄였다”며 “종자, 비료, 보온용 필름 등을 공동 구매해 재배 비용도 낮췄다”고 말했다.

케이멜론의 품질은 고급 호텔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농협은 지난 7일부터 서울 신라호텔에 케이멜론을 납품하고 있다. 호텔 요청에 따라 월 1000만원 수준에서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호텔 등 고급 식자재 시장에 들어가는 멜론은 외국산이 대부분이었다. 빙수, 주스 등 디저트류에 케이멜론 브랜드를 붙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올해부터는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학교 급식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서울·경기권 학교 2000여곳에 매주 1000상자 이상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납품처가 확대되면서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120억원)보다 18% 늘어난 14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6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멜론시장 규모가 1600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약 10%에 해당한다. 이구철 농협중앙회 산지유통부 팀장은 “경북, 충북 산지농협이 새로 가입하고 재배 면적도 늘고 있어 2016년에는 200억원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전역에 300개 이상 점포가 있는 초밥집 ‘갓파스시’에 납품하면서 판로를 확보했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그룹’과도 납품 협상을 진행 중이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는 판촉행사와 함께 바이어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수출을 위한 맞춤형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익산 지역 농가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레드멜론을 7월부터 재배해 9월 말 전량 일본에 수출할 예정이다.

이상욱 농업경제 대표는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단일 브랜드로 육성하는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 마늘 가지 호박 등으로 K 시리즈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익산=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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